전자상가 `벌크` 유통 위험수위

PC관련제품 망라, 비정상유입 급증

경기침체로 자금이 달리자 카드나 심지어 신용장(LC)까지 소위 깡(할인)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려는 업체들에 의해 벌크 또는 그레이 주변기기가 잇따라 유통가에 유입되고 있다.

 저가에 팔리는 벌크나 그레이 제품은 불법복제나 유사제품이 아니라 유통경로가 다를 뿐인 정상제품이어서 해당 제조업체는 물론 대리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29일 용산 및 주변기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IT경기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자 벌크 또는 그레이 형태의 DVD리코더(기록형 DVD), 중앙처리장치(CPU),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파이어니어의 16배속 DVD리코더인 ‘DVR-108’모델과 LG 16배속 DVD리코더인 ‘GSA-4160B’ 모델은 벌크형태로 해외에서 유입돼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DVR-108’의 소비자가격은 23만5000원인 데 반해 벌크제품은 절반인 12만5000원에 DVD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LG 16배속 DVD리코더인 ‘GSA-4160B’ 벌크 제품도 소비자가17만7000원인 정품보다 4만원 이상 싼 13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인텔 CPU, 맥스터·웨스턴디지털·시게이트사의 HDD는 벌크 및 그레이 형태 제품이 모두 국내 시장에 나돌고 있다. 이들 CPU와 HDD는 주로 중국·대만·인도 등지의 PC업체에 공급됐던 제품이 국내로 흘러들어온 것으로 공식 수입품에 비해 1만∼2만원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해당 업체들은 가격인하를 통한 맞대응 이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LG전자는 해외 대리점을 통해 역수가 발생하는 루트를 명확히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해외의 수많은 딜러를 통제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CPU·HDD 공식 대리점들도 벌크와 그레이 제품의 유입을 막기 위해 AS를 차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가를 무기로 한 이들 제품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벌크 제품이란 제조원이 PC제조업체에 OEM방식으로 공급하는 제품으로 소매용과 달리 상품이 개별박스포장이 안돼 있는 게 특징이다. 또 그레이 제품은 소매용으로 개별박스로 포장돼 있으나 공식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유통되는 제품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제조원이나 대리점에서 덤핑처리된 물량이 다양한 경로를 거쳐 시장에 유입된다.

 박영하기자@전자신문, yhpark@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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