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위주의 노가다 게임은 가라!’
최근 온라인 게임 시장에는 기존 MMORPG와 드른 독특한 세계관과 시스템으로 무장한 이색 게임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엔틱스소프트가 개발한 ‘요구르팅’. 이름부터 뭔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게임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아기자기한 그래픽, 레벨업이 아닌 에피소드 위주의 게임 전개, 학교를 배경으로 설정한 독특한 세계관 등 기존 게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특징을 보여줘 주목을 받고 있다.
9일부터 2차 클로즈베타 테스트에 들어간 이 게임은 이런 이색적 요소 때문에 테스터 모집에 25만명이 운집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화제작. 개발사인 엔틱스소프트를 찾아 ‘요구르팅’의 기획을 총괄한 윤인성(30) 게임디자인 팀장을 만나 그의 독창적 게임관에 대해 들어봤다.
“지금까지 대다수 MMORPG 게임은 레벨을 높이고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막대한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물론 다른 게이머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재미요소라 할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이 지나면 스트레스도 늘어납니다. 게임의 본질이 전도되는 경우죠. ‘요구르팅’은 순간순간이 즐거운 게임입니다. 우리 게임에선 더이상 레벨을 높이기 위한 노가다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윤 팀장의 표현을 집약하면 ‘요구르팅’은 한마디로 ‘재미있는 게임, 즐거운 게임’이다. ‘요구르팅’은 기존 MMORPG와 PC 게임의 장점을 적절히 결합해 놓은 컨셉이다.
# 즐거움을 주는 게임
레벨업을 위해 노가다에 가까운 노동을 투자해야 기존 게임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레벨 요소는 최대한 배제했다. ‘요구르팅’에 레벨 개념이 있다면 이는 대분류 정도다.
대신 게임 몰입도를 높이고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에피소드를 도입했다. 기존 게임처럼 가끔씩 던져지는 퀘스트가 아니라 게임의 주진행이 개별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또 아이템 요소를 더욱 다양화시켜 자칫 약화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유저들의 애착을 보완했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못지 않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도 기존 게임과 구별되는 차별화 요소다. 화려한 이펙트, 다양한 캐릭터의 표정 등 연출력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윤 팀장이 게임 개발에 뛰어든 건 지난 2002년. ‘요구르팅’은 그가 세상에 처음 내놓는 게임이다. 하지만 이번이 두번째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사실 ‘요구르팅’은 ‘루시아드’라는 게임과 맥락이 닿아 있다.
2002년 엔틱스소프트에 합류한 윤 팀장이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도 다름 아닌 ‘루시아드’. 기존 게임과는 뭔가 차별화된 컨셉을 찾던 기획팀은 애니메이션풍의 친근한 그래픽과 학원물, 그리고 마법이라는 이색 요소를 떠올렸다. 하지만 학원과 마법이 짬뽕되면서 ‘루시아드’의 컨셉이 이상하게 ‘해리포터’류로 흘러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루시아드’ 프로젝트는 ‘요구르팅’으로 전면 수정됐다. 말이 수정이지 그동안 작업했던 것을 모두 버리고 새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시아드’때는 게임 세계관을 잡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때 겪은 시행착오가 ‘요구르팅’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엔틱스가 추구하는 것은 역시 ‘즐거운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게임의 본질에 충실한 게임, 그게 우리팀이 만들고자 한 게임입니다.”
# 엔지니어에서 기획자로
스물여덟이라는 늦은 나이에 게임 기획자로 뛰어들기까지 윤 팀장은 주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사이어스엔터테인먼트, 미르소프트 등에서 서버관리나 웹프로그래밍 등을 담당했다.
하지만 애플, MAX 등 어린 시절부터 일찌감치 컴퓨터를 익혀온 그에게 게임은 결코 뗄 수 없는 존재. 대학 졸업 후 잠시 머드게임 개발에도 참여한 인연으로 그의 친구들 상당수가 게임쪽에 활약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는 항상 게임을 동경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2002년 게임 기획 파트 참여 기회가 왔고 같은 시기 연봉 5000만원대의 직장 제의까지 버리고 엔틱스에 합류했다.
“시스템엔지니어 업무는 제 능력을 팔기 보다는 시간을 파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일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뭔가 만족감을 느끼기는 어렵더군요. 그런 측면에서 게임기획은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보람이 있어 좋습니다.”
비록 게임 분야 경력이 아직 3년차에 불과하지만 윤 팀장은 게임업체인 미르소프트의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간접 경험을 많이 했다. 서비스 초기 8000명이 넘는 동접자수를 기록하던 게임이 여러 시행착오로 상용화에 실패하는 사례도 옆에서 목격했다. 또 ‘루시아드’ 프로젝트 때는 게임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다. 그런만큼 ‘요구르팅’은 그동안 실패사례를 통해 배운 노하우를 다 쏟아내 성공시키겠다는 각오가 다부지다.
“어린 시절에는 그냥 게임좋아 즐겼지만 이제는 게임을 보면 리소스를 따지는 버릇까지 생겼습니다. 그만큼 게임에 푹 빠져 일하고 있는 것에 만족합니다. 아직 ‘요구르팅’은 전체 기획의 50%도 미쳐 구현하지 못해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향후 에피소드가 충분히 추가되면 분명 기존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싶은 유저라면 ‘요구르팅’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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