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RF온라인` 냄비게임 전철 밟나

‘돌풍인가, 거품인가’

온라인게임 ‘RF온라인’이 오픈 베타서비스에 들어가면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리니지’와 ‘뮤’를 위협할 새로운 대박이라고 흥분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순간 반짝하다 사라진 게임처럼 ‘냄비’가 될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이처럼 엇갈린 전망은 비단 게임업계뿐 만 아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RF온라인’의 성공여부를 놓고 게이머들간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RF온라인’은 개발사인 CCR이 발표한 동시접속자수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더라도 현재 게이머들 사이에서 최대의 화제작임에 분명하다. 포털검색어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나, 온라인게임 순위 집계 사이트에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품론’이 만만치 않은 것은 처음에는 잘 나가다 순식간에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진 게임들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픈 베타서비스가 20일을 넘기면서 게임에 싫증을 느낀 유저들이 하나 둘 이탈하면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과연 ‘RF온라인’은 성공할 것인가. 재미있는 사실은 처음에 둘풍에 무게를 두던 전문가 그룹이 서서히 ‘중립’이나 ‘거품’으로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CCR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RF온라인’은 오픈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동시접속자가 6만명을 돌파했다. 또 네이버 게임부문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20일간 하루를 제외하고는 줄 곧 1위를 차지했다.

PC방 점유율에서는 ‘뮤’를 제친데 이어 ‘리니지’와도 4% 정도까지 격차를 줄였다. 외형상으로는 ‘리니지2’가 오픈할 때처럼 가히 폭발적이다. 인기 비결을 놓고 전문가들의 평가가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면 왜 인기일까.

우선 전문가들은 이미지 마케팅의 승리로 꼽고 있다. 그동안 중세 팬터지풍의 ‘리니지’ 아류작만 넘쳐나던 MMORPG시장에 SF라는 소재는 일단 차별화에서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다. 검사, 궁사, 마법사 등 지겹도록 봐 온 캐릭터를 대신해 메카닉 로봇이나 중화학 기갑장비가 등장하면서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실제 ‘RF온라인’이 오픈하면서 게임 커뮤니티에는 “일단 새롭다”는 글이 넘쳐났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RF온라인’의 오픈 타이밍에도 주목하고 있다. 여름방학이라는 성수기를 선택한 것도 주효했지만 마침 라이벌로 꼽혀온 대작들이 전무했던 것도 ‘무혈입성’을 도왔다는 분석이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꼽혀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여전히 비공개 제한 서비스 상태인데다 ‘라스크카오스’ ‘실크로드’ ‘영웅’ 등 기대작의 오픈 일정이 가을이나 겨울로 미뤄졌기 때문이다.‘RF온라인’이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이자 한 때 돌풍을 일으키다 사라진 게임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RF온라인’ 거품론의 진원지에는 이른바 ‘냄비 게임’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 게임은 ‘RF온라인’처럼 초반에는 참신한 이미지로 반향을 불러 모았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데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소프트맥스와 넥슨이 공동 개발한 ‘테일즈위버’, 액토즈소프트의 성인용 게임 ‘A3’,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씰 온라인’ 등이 꼽히고 있다.

실제 2002년 말 오픈 베타서비스에 돌입한 ‘테일즈위버’는 5일만에 동시접속자가 4만5000명을 돌파했다. 당시 언론은 ‘뮤’ ‘라그나로크’ 등의 이른바 ‘대박 게임’이 세운 기록을 한꺼번에 갈아치웠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테일즈위버’는 불과 3개월만에 유저가 대거 빠져나가 동시접속자가 1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A3’와 ‘씰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오픈 베타서비스 동안 최대 5만∼6만명에 달하는 동시접속자를 기록한 이들 게임은 상용화와 함께 거품이 사그라든 케이스다.

물론 이들이 초반에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도 하나같이 참신한 이미지 어필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아기자기한 동화풍 캐릭터(테일즈위버), 본격 성인물을 표방한 하드코어(A3), 만화풍의 개그액션(씰 온라인) 등은 ‘리니지’ 아류작에 염증을 느껴온 유저들을 한눈에 사로 잡았다.

그러나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속도에 맞춰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등 정작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지면서 유저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테일즈위버’를 서비스 중인 넥슨 한 관계자는 “동시접속자와 회원 수에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테일즈위버’가 무너진 것은 불과 몇개월 사이”라며 “초반의 참신한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결국 게임의 완성도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RF온라인’이 오픈한 지 한달 가까이 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게임에 대한 평가의 글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 게임방법을 문의해 오던 것과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무엇보다 게임의 완성도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 오면서 거품론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유저들은 △종족간 밸런스의 불균형 △불합리한 광물채취 시스템 △잦은 화면끊김(랙) 현상 △불편한 조작 인터페이스 △끊임없는 노가다 시스템 △원활하지 않은 족장시스템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한꺼번에 쏟아내거나 운영자에게 개선을 제안하기도 한다.

특히 3개 종족의 밸런스를 맞추느라 런처나 기갑에 대한 하향패치가 잇따르면서 애써 레벨업을 해온 유저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사냥과 광물 채취 등 단순 반복을 통해 레벨업에 열중해야 하는 게임방식 때문에 껍데기만 SF로 바뀌었지, 기존 ‘리니지’ 아류작과 똑같은 노가다 게임이라는 평가도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만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게임을 접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는 점이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RF온라인’을 그만할 것이라고 밝힌 한 유저는 “종족간 밸런싱은 물론 유저들을 잡아두기 위해 체력회복용 물약을 남발하는 등 전체적인 게임 밸런싱이 맞지 않아 게임을 하면 할수록 재미가 반감된다”며 “CCR가 ‘뮤’를 제치고 ‘리니지’와 경쟁한다고 하지만 실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웹젠 한 관계자도 “CCR측에서 이용자 수를 단순 비교해 무료게임인 ‘RF온라인’이 유료게임인 ‘뮤’를 제친 양 홍보하는 것은 아전인수에 가깝다”며 “무료게임인데도 완성도 때문에 유저들이 한 두명씩 빠져나간다면 유료로 전환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결국 ‘RF온라인’의 성패는 초반 이미지 메이킹보다는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한 유저들의 불만을 얼마나 빨리 개선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 CCR에 진짜 비상이 걸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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