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해온 ‘개인정보보호를위한기본법(안)’ 작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마련한 관련법안이 정부안에 앞서 올 정기 국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복수 입법 주체 간 의견 조율 등으로 관련법 제정이 더욱 복잡해진 것은 물론, 정부의 입법 작업이 시민단체 등에 의해 끌려다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7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프라이버시법제정을위한연석회의’는 22일 ‘개인정보보호를위한기본법(가칭)’을 올 정기 국회에 입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연석회의가 지난 2년간 꾸준히 준비해온 것으로, 독립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설립을 비롯한 민간·공공 부문 개인 정보보호 관련 법규를 통합하는 기본법 규정이 포함됐으며 노회찬 의원(민주노동당)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시민단체의 이 같은 계획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성격 및 위상이 거의 대동소이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관계자는 “정부혁신위의 기본법 제정은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 등이 기존 법률의 권한을 유지하려는 시도 등에 부딪쳐 번번이 미뤄졌다”며 “의원 발의 형태로 국정 감사가 끝나는 대로 입법 작업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초 올 연말까지 기본법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던 혁신위 측은 지난 7월 초 예정됐던 초안에 대한 공청회를 무산한 데 이어 이달 중에도 별다른 계획이 잡혀 있지 않아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혁신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개 포럼 및 전담팀 운영 등을 통해 사전 연구 및 의견 수렴을 거쳤으나 정통부가 민간 부문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부처별 의견 조율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보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 정부의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 작업이 용두사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 토론회에 꾸준히 참여해온 한 전문가는 “이제 의견 수렴은 충분히 이루어질 만큼 이루어졌다”며 “시민단체가 마련한 기본법이 먼저 제정되는 등 정부가 시민단체의 움직임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법 제정을 가속화할 만한 실질적인 조율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제언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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