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게임도 교육이다’ 시리즈는 제목만큼이나 파격적 시도였다. 게임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걸맞는 무게의 노력이 이제 건전게임 문화 조성에 맞춰져야 한다. 그 첫 발걸음을 ‘게임도 교육이다’ 시리즈로 뗀 셈이다. 시리즈의 끝이 아니라, 보다 성숙된 주제로의 진전이라는 측면에선 시작의 의미가 더 크다.
◇김용삼 과장= 정부가 게임산업을 육성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한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국민의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에 이번 기획물이 나와 좋았다. 모든 개선사항은 처음엔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한다. 건전게임 문화 조성이라는 노력에 큰 힘을 실어주는 ‘단비’가 됐다.
◇유승우 이사= 게임이 문제가 되는 것은 몰입도가 높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게임에 지나치게 시간을 투자하다보니 제 할일을 못하게 된다. 개발사간 경쟁도 심화되다 보니 수익만을 바라보고, 몰입도가 높은 게임 만들기에 열중한다. 기업들은 콘텐츠보다는 이것이 몇세 이용가인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에 더 신경쓰게 된다. 이는 결국 건전하고 다양한 게임콘텐츠 부재라는 문제를 낳는다. 이러한 산업구조로 간다면 학부모들한테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유형오 부회장= 우리나라에서 게임 사용자가 등장한 것은 20년도 넘는다. 그러나 산업이나 정책이라고 이야기된 것은 불과 몇 년밖에 안된다. 이러한 괴리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고 문화의 부재를 낳았다. 자동차 사고도 올바른 자동차 문화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제 사업자들도 마인드가 달라지고 있다. 자본 논리만 내세워서는 이익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자율심의 시대를 맞아 업계의 책임이 커진 만큼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담당해 온 각종 문화사업도 협회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우종식 원장= 인식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산업도 키워야하고, 문화도 만들어야하는 이중의 요구를 동시에 받고 있다. 우선 게임 인식 전환과 관련, 인문사회학적 접근 방식에 따라 교원대, 강원대 등 대학에서 교육용 게임의 시장성 및 게임성 등에 관해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다. 사회생활과 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지금까지는 산업 성장을 위해 한눈 팔지않고 달려왔다면, 이젠 문화와 내용적 고민을 시작할 때다.
◇사회= 게임이 사회적 순기능과 산업적 무게를 동시에 키워가기 위해선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재성 이사= 사회적 순기능과 산업적 무게를 동시에 키워나가야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동·청소년용 게임을 보급하는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무는 더욱 커진다. 사업적 시각에서만 보았다면 교육용 게임코너가 지금처럼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단체들과도 협력해야할 부분이 많다. 생각이 다른쪽과 열린 자세로 대화하며 게임의 품질과 내용을 다원화해야한다. 예컨대 교육용은 교육단체와, 환경 관련게임은 환경단체와 각각 협의하는 적극적 자세가 요구된다. 정부도 규제 일변도의 시각에서 벗어나 소위 ‘웰메이드’ 게임이 양산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줘야한다.
◇정광호 회장= 그동안 학계는 게임 관련 지식을 주도하기 보다는 업계에 끌려다닐 정도로 역할이 부족했다. 인식전환에 대한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전문 연구가 부족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게임기술은 물론 인문사회학적 영향 및 인식 등의 이론분야에 대해서도 ‘지식 풀’ 만들고 그것을 업계가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가겠다.
◇신지희 학생= 10∼20대의 에너지가 게임쪽에 많이 쏠리는게 사실이다. 미디어세대가 세상의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게임이 유저들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등에서는 사행성이 조장되고 있으며 몰입강도도 높다. 이런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야하는 것도 유저의 책임이고 노력이어야 한다. 하지만 유저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에듀게임의 중독성이 약해 사업성이 없다고 아예 개발조차 안 한다면 유저들은 에듀게임의 효과를 경험할 선택권을 뺏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용삼 과장= 가장 심각한 역기능은 현재 심의의 기준이 되는 폭력성, 사행성, 선정성이 아니라, 몰입증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들은 유저를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몰입으로 몰아가는 경향도 있다. 협회 차원에서 컨센서스를 이룬다면 콘텐츠 다양화가 이뤄질 것이다. 최근 여성부와 산림청 등을 중심으로 정부 홍보·교육물을 게임으로 만들려고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게임이 정부방침과 내용을 알리는데 굉장히 효과적인 도구란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경향에 따라 기능성 게임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년부터 본격 실천해나갈 것이다. 영등위 심의는 내용심의 위주로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업계에서도 자율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줘야한다.
◇우종식 원장=예를들어 에듀게임은 꼭 교육적이어야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히면 안된다. 게임 업계는 교육적인 게임을 많이 만들어나가고,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이긴 하지만 교육쪽이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고 그 효과를 인지하게 되면 접점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예를들어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오리엔테이션시킬 수 있는 게임, 치매 예방, 자폐증, 미아방지 등에 게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기능성 게임은 산업적 논리로 풀수 없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한다. 요소요소 하다보면 인식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사회= 각계의 여러가지 고민과 한계를 들어 보았다. 또 유저들의 입장과 요구도 나왔다. 현재의 게임문화를 한단계 끌어올려 산업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유형오 부회장= 올해들어 부쩍 게임문화, 소비문화, 이용문화에 대한 이슈가 많이 나왔다. 게임이 정말 문제라고 하면 일본, 미국은 벌써 망했어야 한다. 일본, 미국은 더 앞서 달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역기능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 않다. 게임산업 발전과 청소년 보호는 얼마든지 같이 갈 수 있는 문제다. 인식 자체의 변화가 산업 발전의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유병우 이사= 만화든 게임이든 재미있어야 유저들이 끌린다. 재미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가 문제이지만 요즘 게임에는 고유의 창작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돈벌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건전게임을 위한 투자나 인력투입에 여유를 갖기 힘들다. 하지만 최종의 책임은 기업이 져야한다. 온라인게임의 문제는 엔딩이 없다는 점이다. PC게임은 엔딩이 있어서 몰입증이 없는데 반해 온라인은 몰입증을 도리어 노린다. 청소년용 게임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정작 어른을 위한 게임은 없다.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한다.
◇신지희학생=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가 부재한 이유의 원천적인 책임은 유저가 아니라, 개발사에 있다. 게임 자체가 더 좋은 아이템, 더 좋은 레벨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요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폐해들이다. 게임 내 비매너적인 문제는 전체 인터넷 환경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 문화는 한순간에 정립되지 않듯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재성 이사= 우리나라가 게임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보면 한국영화의 선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때 게임을 바라보는 국민시선도 달라진다. 영화에서 ‘잘 만든 영화’를 고민하는 것처럼 게임도 잘 만든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세계시장을 선점할 때까지 규제보다는 진흥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 건전한 게임 문화를 세우는 일은 결국 사용자들의 게임환경을 유익하게 만드는 일이다. 기업도 이익추구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게임에서 얻어진 수익을 사회와 사용자들로 환원시켜주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정부와 산하기관, 학계도 산업적 요구와 게임이용 문화 건전화를 조화롭게 완성시켜 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모두가 함께 짊어진 시대적 과제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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