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디지털]다국적기업-컴퓨터·SW: 토종보다 더 `한국` 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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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조 원 규모 국내 IT 시장 한 축을 짊어지고 간다.’

 국내 진출한 다국적 컴퓨팅 기업들의 역사는 길게는 40년 세월을 기록할 수준에 이르렀다.

 컴퓨팅 업체의 대부 격인 한국IBM이 몇 년 후면 국내 지사 설립 40년을 맞는 것은 물론 한국유니시스도 35년을 넘어선다. 일본 기업인 한국후지쯔가 올해로 30년 주년을 맞았으며 컴퓨팅 업체의 최고 매출액을 과시하는 한국HP도 올해로 20년의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이들보다 늦은 중견 기업용 솔루션 업체들인 한국오라클이나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한국썬 등도 89, 90년도를 지나며 잇달아 국내 시장에 진출 15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으며, 한국EMC나 SAP코리아 처럼 90년 중반경 늦은 출발에 나선 업체들도 10년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평균 나이 20세 전후에 이른 다국적 컴퓨팅 업체들의 현주소는 국내 IT 산업의 성장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것이 분명하다.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만 3조원에 달하고,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분야를 합할 경우 5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IT 시장은 한국 경제의 진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이 정도면 공급자로서 이 시장의 한 축을 짊어지고 있는 다국적 컴퓨팅 업체들의 역할론은 국내 업체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국적 컴퓨팅 업체들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국내 진출 역사나 그들이 올리고 있는 매출 규모 외에도 한국 기업화에 대한 고민과 사회공헌 활동 비중 강화 그리고 중국 등 주변 국가와 경쟁 속에서 토종 기업이 행할 만한 자존심을 건 경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 연구개발(R&D)센터 유치를 결정한 EMC의 경우 한국 내 설립되는 센터가 중국, 인도 등에 설립되는 센터의 중심 역할을 맡도록 했다. EMC 본사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경쟁 지사의 견제를 막아내기 위한 한국EMC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을 지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특히 한국 지사장 출신으로 본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임원 자격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배출한 것도 주목할 만 지표다. 안경수 한국후지쯔 전 사장이 본사의 임원으로 발탁되고, 강성욱 전 컴팩코리아 사장이 시스코 아태 마케팅 이사로 선임된 것 그리고 정형문 전 한국EMC 사장이 에이템포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한국·일본 매니저와 본사 임원 자격을 획득한 것 등 이런 변화들은 결국 국내 진출한 다국적 컴퓨팅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경영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고, 이 역시 국내 IT 산업 성공과 맥을 함께한다.

 올해 들어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의 변화는 국내 IT 산업에서 다국적 컴퓨팅 업체 지사들의 ‘탈 외국 기업’ 노력이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바로 보여준다. 한국MS는 국내 진출 15년 여 만에 대규모 승진인사는 물론 직종 변경을 단행했다. 특히 경력사원 위주의 채용 관행을 바꿔 창사 후 처음으로 10명이 넘는 신입사원도 뽑았다.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최적화된 인사시스템과 기업문화가 바탕이 돼야 구성원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손영진 지사장의 판단에서 단행된 일이다.

 유원식 지사장 2년 체제가 넘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역시 직원 만족도와 기업의 사회 기여도를 높이는 등 ‘좋은 기업 만들기’를 중요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올해 처음 ‘썬업(Sun-up)’이라는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가동했으며 교육을 통한 자기계발 기회를 넓히기 위해 세계 선 지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임원의 본사 파견프로그램(세컨 GMP)도 확보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도력 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중간 관리자를 대상으로 4개월간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등 범위도 넓혔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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