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은 산업분야에서 촉매제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김경석 교수는 나노 기술에 대해 이 같이 명쾌하게 정의했다. “나노 기술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뒷받침하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나노기술을 모든 산업의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뜀틀의 스프링보드(Spring Board)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김 교수는 “일부 사람들은 나노 기술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양자 컴퓨팅에서 나노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양자 컴퓨팅이 산업적 가치 측면에서 더 중요한 것처럼 나노 기술은 주가 아닌 객”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김 교수는 “나노 기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분야”라고 말했다. 나노 기술이 과학을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일 뿐더러 최근 들어 모든 산업에서 공통 분모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나노 기술은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 단계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나노 기술 분야를 신중하게 가려내는 안목이 중요합니다. 나노 기술을 통해 단 기간 내 상업화 할 수 있는 산업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산업을 구분하는 등 투자 순위를 결정하고 진행해야합니다.”
따라서 김 교수는 “나노 기술의 공차(Tolerance)가 큰 응용 화장품·파우더 등 분야에 먼저 중점을 두고 공차가 적은 소자 등 응용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차란 기준 값에 대해 규정된 최대값과 최소값의 차이를 말한다. 일례로 기계부품에서 축과 구멍과 같이 끼워 맞춰 사용할 때 단단한 끼워 맞춤인가 헐거운 끼워 맞춤 인가에 따라 제품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차가 큰 분야부터 상업화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유비쿼터스 시대에서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수명을 늘려야 하는 데 이때 나노 기술이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자동차가 기존 화석연료로 1갤런당 25마일을 운행할 수 있다면 나노 기술이 접목된 연료전지를 사용하면 1갤런당 100마일을 갈 수 있듯이 나노 기술은 해당 산업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한국의 나노 기술 수준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노 기술관련 인력들이 다수 출현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등 한국 나노 기술 인프라가 단기간 내 급성장한 모습을 보고 사실 놀랐습니다. 카본 나노튜브·반도체 장비 등 특정 분야의 경우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줄여 별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나노 설계 기술은 여전히 한국의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나노 설계기술 분야에 전체 나노 연구 개발 예산의 대부분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라며 “한국도 이 점에 유의해야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반도체 등처럼 한국 산업 환경에 맞는 나노 기술 응용 분야를 찾아서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노 설계기술은 제자리에 특정 원자가 정확하게 어디에 배열돼서 안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지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일례로 밀가루와 발효제를 섞어 빵을 굽는 것은 나노 기술에서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100개의 빵 중 1개만 제대로 구우면 된다는 식이죠. 결국, 설계 기술 없이 나노 기술을 산업에 접목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한국은 설계기술 등처럼 고급 기술 확보에 더 주력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나노 기술은 산업 발전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고용창출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나노기술이 고용엔진이란 것이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미국의 방위 산업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됐을 때 미국 정부는 방위산업에 종사해온 연구인력의 일자리를 유지하고자 IT·BT·NT 등 3가지 산업을 핵심 분야로 선정했습니다. 나노기술의 응용분야가 넓고 기존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나노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기초 분야에 대한 투자비를 늘려야 합니다. 특히 나노 기술은 종자와 같습니다. 종자가 싹을 틔우고 성장해 열매를 여는 것처럼 나노 기술도 나름대로 성장 과정이 있습니다. 열매가 채 익기도 전에 성급한 마음에 수확해버리면 농사를 망쳐 벌일 수 있는 것처럼 나노 기술은 속도 조절과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그는 “나노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실망감도 크기 때문에 나노 기술의 상업화 속도 조절에 신경을 써야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나노기술 투자가 연구분야에서 산업 지원 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정부는 부메랑 효과가 탁월한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적어 가장 커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삼성·LG 등 대기업들도 그 어느 때보다 나노 기술 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며 한국의 나노 산업 발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김경석 교수(52)는...
브라운대 공학 교수로 다양한 외부의 자극에 의한 나노 물체의 다양한 반응과 이들의 기본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나노 메카 닉스를 연구하고 있다. 나노메카닉스는 나노 조립체의 배치 안전성 제어와 같은 나노구조 재료공학에서 특별히 중요한 학문이다.
그는 특히 나노메카닉스의 중요한 항목인 고체표면 나노구조의 멀티-스케일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분야는 고체표면 나노 구조에서 거리가 짧은 상호 작용의 주변 환경과 먼 거리의 주위 환경 간에 나노 물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데 필요하다.
그는 지난 89년부터 미국 브라운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80년 브라운대에서 고체 역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교수는 특히 지난 96년 고체 나노구조의 기계적 상호작용 논문으로 ‘존 사이먼 구겐하임 펠로우쉽’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고체 표면 나노 구조의 스펙트로스코피 등에 대한 1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또 브라운대 제너럴모터스 기업 출연 연구소(GM Collaborative Research Labs)를 현재 운영하고 있다.
*김경석 교수가 이끄는 `GM CRL`은...
제너럴모터스 기업 출연 연구소(GM Collaborative Research Labs)는 GM이 ‘원자에서 자동차까지(From Atoms to Autos)’란 기치를 내걸고 연료전지를 장착한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연구소이다. 연료전지 자동차 산업에서 나노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GM이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학 내 기업 연구소를 설립했다.
GM은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브라운대·카네기멜론대 등 5개 대학에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올해 800만 달러를 들여, 5개의 기업 출연 연구소를 추가로 설립했다.
특히 올해 설립된 5개 대학의 출연연구소들은 연료전지 자동차 상업화에 대변혁을 불러올 기초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M은 브레인 풀 역할을 하는 10개 대학을 지원, 연료전지 자동차의 성능 개선을 위해 나노구조의 연료전지 등 기초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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