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70% 정도의 비교적 높은 인터넷 보급률을 갖고 있습니다. 영어에 익숙한 국민도 많지만 문화적 전통적으로 히브리어를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터넷 주소창에 히브리어를 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슐만, 이스라엘 통신사 엔지니어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닷새간의 일정으로 부산에서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텔레콤 아시아2004’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첨단 기술과 제품들의 경연장으로 많은 관심과 화제를 뿌렸다. IT 제품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전시회에서는 주목할 만한 일이 소리 소문 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국어 인터넷, 원더풀”=세계 30여 개국이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서 알음알음 뜨거운 관심을 모은 곳은 바로 자국어 인터넷 주소가 서비스되는 인터넷 카페였다.
40대의 PC에 세계 95개국 자국어 인터넷 주소 서비스를 마련해 세계 각지에서 온 참관객들이 자주 찾아가는 사이트 이름을 자국어로 입력해도 해당 사이트가 열리도록 했다.
영어 도메인이 세계 어디에서나 이용 가능한 것처럼 자국어 인터넷 주소도 세계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한 곳이었다. 마치 뜬 구름 잡는 듯한 이 얘기에 반신반의하는 참관객들이 많았지만 이용을 하곤 한결같이 대만족을 표시했다.
인터넷 카페를 마련한 N사의 천강식 상무는 “자국어 인터넷 주소 기술에 대해 세계인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의 자국어 인터넷 주소 서비스가 모델국으로서의 역할과 IT강국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는 데 기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도 쓰겠다”=“인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소프트웨어 기술자 배출국이면서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인터넷이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자국어 인터넷 주소 도입으로 정보 격차가 빨리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프라사드, 인도 소프트웨어 업체 근무
“라오스의 인터넷 보급률은 낮은 편입니다. 정통부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정보격차 해소에 열쇠가 될 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시바운헤우앙, 라오스 정통부 텔레콤 디비전 부국장
자국어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보인 외국인들의 관심은 흥미를 넘어섰다. 자국어 인터넷 주소를 도입하면 한결같이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을 높일 것이고 이로 인해 정보 격차 해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로 가득했다.
이집트 정통부의 이슬람 가말 사무관은 “이 시대 사람들이 정보통신이라는 말을 늘상 쓰지만 과연 정보 전달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고 있는가는 의문”이라며 “자국어 인터넷 주소가 비영어권 국가들 내에 정보격차 해소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로 또 해외로=자국어 인터넷 주소에 대한 폭발적인 성원은 많은 성과를 가져왔다. 이 서비스를 선보인 N사는 ITU 기간 중 정통부 장관과 태국 장관 회의에 민간 자격으로 동석해 자국어 인터넷 주소를 소개했다. 태국어 인터넷주소 추진 현황을 설명하며 태국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응답은 바로 왔다. 주한 태국대사가 N사의 서울 본사를 방문해 자국어 인터넷 주소를 살펴 봤으며 태국 진출과 관련한 사항들을 직접 챙겼다. 베트남 장관 회의 때도 자국어 인터넷 주소에 대한 소개와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제1회 한·러 IT협력위원회 회의에서는 단순한 자국어 인터넷 주소 소개 부스 운영을 넘어서는 국제 활동을 펼쳐 불가리아 등 동구권 국가들의 높은 관심과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다.
또 ITU 표준과 관련한 핵심 책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자국어 인터넷 주소에 대한 향후 ITU와 협력을 논의했고 10월 초 브라질에서 열리는 ITU 관련 회의에서 자국어 인터넷 주소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전시회 기간 중 15개국 24명으로부터 자국어 인터넷 주소 동참 동의서를 받았다.
◇자국어 인터넷, 문화 발전의 모태=“나는 인터넷에 능통한 엔지니어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때문에 인터넷 사용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한 이란 통신회사 직원의 말은 단지 이란인이라서 하는 발언은 아니다. 영어를 모르면 인터넷 이용에 불편함이 따르고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격차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주권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이집트 정통부 사무관이 전하는 말은 시사점이 컸다.
이슬람 가말 사무관은 “모국어인 아랍어를 인터넷 주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한 마디로 이집트와 아랍권이 첨단 정보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문화의 전통성을 더욱 풍부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주간 한글인터넷 주소 이슈
‘http://병역비리’=스포츠 스타, 유명 연예인들에 대한 병역비리 혐의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면서 ‘병역비리’가 최고의 클릭수를 자랑했다. 한글인터넷주소 ‘http://병역비리’는 병역비리추방시민연합의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http://량강도’=지난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일’에 발생한 북한 량강도 대폭발에 관심이 폭주하면서 ‘량강도’를 찾는 네티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핵실험 의혹, 무장폭동 가능성 등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량강도를 향한 전세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http://김기덕’=영화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인기 순위에 영광스러운 이름을 올렸다. ‘빈집’은 빈집만 옮겨다니는 남자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의 사랑을 그린 멜로물로 오는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http://국가보안법’=국가보안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의 민심잡기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공방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노동당까지 가세한 정치권의 열전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http://간도’=최근 국회의원 59명이 간도협약 무효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잃어버린 땅 간도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라 이번 간도 되찾기 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것.
‘http://안중근’=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도마 안중근’이 지난 10일 개봉되면서 ‘안중근’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안 의사 기념사업회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http://안중근’에서는 안중근의사의 업적, 명언록 등을 감상할 수 있다.
‘http://광주비엔날레’=지난 10일 개막된 제5회 광주비엔날레의 ‘광주비엔날레’가 인기순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비엔날레는 사상 처음으로 참여관객제를 도입했다.
*미니캠페인 :‘무빙 워크(moving walk)’→ 자동길
국립국어연구원은 ‘무빙 워크(moving walk)’의 순 우리말로 ‘자동길’을 선정했다. ‘전동보도’ ‘움직길’ ‘길틀’ ‘자동길’ ‘저절로길’ 등 제안된 415건 가운데 총 1055명이 투표에 참여해 ‘자동길’(345명·32%)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무빙 워크’와 관련돼 제안된 순 우리말은 ‘전동보도’ 285명(27%), ‘움직길’ 162명(15%), ‘길틀’ 116명(10%), ‘저절로길’ 147명(13%) 등이었다. 일반적으로 공공장소에 설치된 ‘자동길’을 무의식적으로 ‘무빙 워크’라는 외래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순 우리말인 ‘자동길’을 사용함으로써 올바른 국어사용을 확산시켜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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