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수출 200억달러 시대](2)양극화 현상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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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 등 휴대폰 빅3는 올해 상반기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에 4300만대의 휴대폰을 공급해 9조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21.4%로 노키아를 밀어내고 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LG전자와 팬택계열도 각각 1870만대, 880만대를 공급,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냈다.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이들 3사는 세계 시장에서도 약진했다. 삼성전자는 2위 모토로라를 밀어내고 노키아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태세고, LG전자는 올해 4위 자리를 예약했다. 팬택계열은 공급대수 기준으로 세계 톱6 진입이 확실시된다. 국내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이들의 성과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은 한국 휴대폰 산업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세원텔레콤·텔슨전자 등 국내 대표적인 중견기업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와 화의를 신청했다. 인터큐브 등 몇몇 연구개발(R&D)업체들은 아예 파산 선고를 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근거로 국내 휴대폰업종의 투자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한국 휴대폰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끝에 올해 수출 200억달러 시대를 열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앞세워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각개격파해 올린 성과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 휴대폰업계 살림살이는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 등 빅3는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중견·중소업체들은 살 길이 막막하다. 휴대폰 수출 200억달러 시대를 여는 팡파레를 울리기엔 뭔가 아쉬움이 크다. 일각에서는 “1국 1사면 충분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중견·중소업체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빅 3가 매년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속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매출·수익·시장성 등 모든 면에서 확실한 생존카드를 쥐었지만, LG전자와 팬택계열은 이익률이 크게 떨어진다. LG전자는 유럽에서, 팬택계열은 시장과 브랜드에서 아직 아쉬움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휴대폰업체인 노키아마저도 신제품 개발이 지연되면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빅3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휴대폰 산업은 구조상 빅3 중 한 곳만 무너지면 곧바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휴대폰이 해외에서 200억달러를 벌어들일 만큼 국가 전략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제2의 삼성전자·팬택계열과 같은 기업들이 줄지어 나오기 위해서는 견실한 중견·중소 휴대폰업체 육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일정한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서비스 위주의 정책 개발에서 벗어나 제조(휴대폰) 부문의 정책 개발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중견업체 한 최고경영자(CEO)는 “휴대폰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핵심 산업인데도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정부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앞으로 국내 휴대폰 수출이 300억달러, 400억달러를 달성하려면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200억달러 수출 시대에 걸맞는 한국 휴대폰 산업의 구조를 새롭게 만들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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