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2주년-성장의 조건22]기술분야-디바이스

 ‘언제,어디서나.어떤 장치를 활용하든….’

 정보가 들어오고 나가는 기본적인 입출력 시스템으로 사용자들이 끝에서 사용하는 단말기가 변화하고 있다. 단말기에는 양방향 통신을 목적으로 태어난 통신기기도 있고, 일방향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방송 단말기도 있다. 이외에도 단순하게 정보를 저장해주는 기기 등 다양한 형태의 단말기가 자신만의 영역에서 수십년간 조용하게 발달해왔다.

 하지만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단말기가 점차 변하면서 이제는 영역의 구별이 희미해지고 있다. 통신은 방송을 지향하고, 방송은 통신을 지향한다. ‘스탠드 얼론’형 기기들도 이제 네트워킹 기능을 갖추면서 통신과 방송 기기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입장을 내보내는 장치가 100여년 동안 크게 바뀌어온 것이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바이스는 이제 디바이스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사용자와의 인터페이스를 더욱 간편하게 하는 방식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물을 디바이스화하고 있다.

 ◇통신 단말기 진화로 본 디바이스=‘백색전화’는 유선전화 보급 초기에 유행했던 단어다.

 60년∼80년대 초반까지 전화기를 대표하면서 전화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집 한채 가격과 맞먹으면서 부의 상징으로 대표되기도 했던 것이 바로 백색전화다. 백색전화는 단순하게 음성을 전해주는 수단으로 모든 형태의 통신의 모태 역할을 했다.

 그러던 차에 군용 등으로 사용되던 무선 전화가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카폰’이다. 차량의 트렁크에 기지국 기계를 하나씩 싣고 다니면서 통화를 하면서 무선 시대를 열었던 것. 80년대부터는 어른 팔뚝만한 휴대폰이 등장, 카폰을 하나둘씩 대체했다.

 휴대폰은 진보를 거듭하면서 점차 소형화되면서 90년대 중반에는 손안의 휴대폰으로, 액세서리만큼 작아졌다. 휴대폰은 또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음성만 나르는 기계가 아니라 각종 무선 데이터를 나르는 똘똘한 디바이스로 격상됐다.

 이외에도 이제 휴대폰은 카메라이며, MP3플레이어고, TV다. 뿐만 아니라 개인 비서이자 내비게이터이면서 ‘E119’ 역할을 하며 목숨까지 구해주는 기계로까지 진화(?)했다.

 SK텔레콤 설원희 상무는 “휴대폰 등은 음성 통신 기능 이외에,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의 도구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 단말기의 진화=‘바보상자’ 한동안 TV는 바보상자였다. 멍하게 들여다보면 결국 바보가 되는, 방송 제작자의 의도대로 조정될 수밖에 없는 꼭두각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TV가 지능적 환경의 총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흑백에서 컬러로 진화했고, 다시 실제 모습보다 더 실제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고선명 TV가 등장해 사람의 오감을 자극해 정서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또 방송이 디지털화되면서 일방향성을 탈피해 방송이 방송다움을 버리고, 개인화된 방송, 양방향성을 담은 방송으로 변신했다. TV로 쇼핑을 하고, 주문형비디오로 영화를 보고, TV로 공부를 한다. 바보상자이던 TV가 불과 수십년 사이에 ‘천재상자’로 다시 태어났다.

 방송 단말기는 더는 고정형이 아니다. TV는 휴대폰 속으로, PDA 속으로, 차량 속으로 들어왔다. 버스에서도 택시에서도 TV를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방송을 뽑아서 볼 수 있다. TV 단말기는 이제 똑똑한 통신 수단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전자수첩이 이동형 컴퓨터로=개인휴대단말기(PDA), PC 등 개인의 비서역할을 하는 스탠드 얼론형 디바이스의 진화도 빼놓을 수 없다. PC와 연동해 단순히 정보를 저장해 소유자의 외장 저장장치 역할만 해주던 PDA가 통신 기능이 탑재되고, 카메라 기능이 담기면서 이제는 소형 PC역할을 하고 있다. 무선랜, 무선 통신 등의 도움으로 휴대폰 기능을 그대로 삼켜 이제는 PC와 휴대폰 사이에서 절묘하게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PC 시대를 풍미했던 데스크톱도 이제는 휴대성이 강조되면서 노트북PC가 대세가 됐다. 노트북PC는 무선랜, 무선 통신 등과 연계되면서 유선 시대를 종료하고 차세대 디바이스로 변신중이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디바이스=모든 사물이 컴퓨터화되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대에는 기존의 단말기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단말기 출현이 기대된다.

 기존의 단말기들은 서로의 영역을 넘어 들면서도 자산의 고유한 영역을 사수하며 스펙트럼을 형성한다. 이와 동시에 기존에는 단말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던 것들이 단말기임을 자처하며 차세대 디바이스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게 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다. 옷의 곳곳에 전자칩과 디바이스들이 달려있다. 디바이스는 디바이스끼리 통신을 한다. 입는 컴퓨터 착용자들의 심박동, 혈당, 체온 등이 파악돼 신체 정보가 주치의에게 항상 전달, 문제가 생기면 즉시 치료도 가능하다. 옷에 내장된 MP3플레이어는 원하는 노래를 언제나 듣게 해준다. 안경은 HD TV 역할을 하고 언제 어디서든 TV를 보고 인터넷에 접속하게 한다.

 인텔리전트 카펫도 차세대 다비이스를 꿈꾸고 있다. 독일 하멜른 소재의 카펫 공장에서 인텔리전트 기능이 탑재된 카펫이 개발되고 있다. 올해 말에는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와 독일의 가전제품 및 가정용 제품 직판 회사인 포베르크가 협력해 인텔리전트 카펫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직물 표면에 반도체를 집적하는 개념으로 모든 빌딩의 바닥에 사용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카펫은 압력, 온도나 진동 등을 모니터하는 센서 기능이 직물 원료에 직접 짜인다. 카펫이 똑똑해지면서 인간과 알게 모르게 통신을 하면서 삶과 디바이스의 개념 자체가 바뀌게 되는 셈이다.

 ◇원 소스 멀티 디바이스=디바이스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다양해진다. 하지만, 사용하는 콘텐츠는 역으로 단일하게 묶이게 될 전망이다. 간단히 말해 사이버공간 속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디바이스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아지지만 결국 어떤 디바이스를 이용하든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노트북PC로 인터넷에 접근하든, PDA를 사용하든, 휴대폰을 사용하든, 입는 컴퓨터로 접근하든 인터넷에 접근해 사이버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처럼 앞으로는 단말기가 다양해지고 개별 단말기 별로 새로운 산업에 형성될 전망이다. 또 앞으로 등장할 단말기들은 나름대로 산업을 형성하면서, 각 산업 간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휴대폰 등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해온 국내 산업이 휴대폰 이외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할 ‘유비쿼터스 단말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미래의 디바이스=언젠가 몸속에 칩이 장착되면 인간은 사이버오가니즘, 즉 사이보그로서 활동하게 되는 날이 도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인간이 활용하는 모든 디바이스는 칩형태로 인체에 장착돼 인간의 사고를 도와주고 대체하는 역할까지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국의 케빈 워릭박사는 이미 1998년 자신의 왼팔 피부아래 칩을 이식하고 9일동안 자신의 위치신호를 컴퓨터로 전송한 바 있다. 2002년 3월에는 왼쪽손목밑에 100개의 실리콘 전극을 삽입하는 실험에 착수한 바도 있다. 우리는 HMD(Head Mounted Display)나 미국 사이버노트사의 머리에 쓰는 컴퓨터 또는 웨어러블 컴퓨터도 더는 필요없게 되는 시대, 즉 기존의 디바이스가 필요없는 시대까지 상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기고

원 소스 멀티 유스를 위한 휴대폰의 진화 방향

-설원희 SK텔레콤 상무

 1980년대에 유행했던 홍콩 영화에서, 매우 큰 크기의 휴대폰을 사용해 통화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본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휴대폰이라기보다는 고급 승용차에 장착되어 있던 카폰 개념이었다. 그 후 1990년대에는 매우 빠른 속도로 휴대폰이 진화했고 올해는 디카폰, 캠코더폰, MP3폰 등 다양하면서도 첨단 기능을 갖춘 휴대폰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에 따라 휴대폰의 기능도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통신 기능만이 중요했다. 1990년대 후반 무선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휴대폰을 통한 무선 포털, 게임, 증권, 뉴스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카메라폰의 등장으로 휴대폰을 통하여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생성도 가능하게 됐다. 바야흐로 휴대폰은 음성 통신 기능 이외에,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의 도구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이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도구로 등장하면서 기존의 콘텐츠 유통 및 소비 패턴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콘텐츠를 생산, 공급하는 콘텐츠 공급업체(CP) 입장에서 볼 때 휴대폰은 보안 및 수익모델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인 도구다. 통화연결음 서비스와 벨 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는 음악 콘텐츠가 음반 등 기존의 사용법 이외에 다양하게 적용된 원소스 멀티 유스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원소스멀티유스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 적용하는 개념과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목적으로 적용하는 개념이 존재하는데 통화연결음 서비스와 벨 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는 후자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폰의 등장은 일반인이 휴대폰을 통하여 생성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올리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즉 휴대폰 사용자는 이제 단순한 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하는 CP가 된 것이다. 일반인도 휴대폰을 활용해 원 소스 멀티 유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기술의 발전은 휴대폰에서 생산한 콘텐츠를 PC를 포함한 다양한 기기로의 전송을 용이하게 만들었는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미디어 및 동영상 트랜스코딩 플랫폼은 콘텐츠의 원 소스 멀티 유스를 더욱 배가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지금까지 언급한 기술이 콘텐츠의 원 소스 멀티 유스를 가속화하는 것들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콘텐츠를 보호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향후 휴대폰에는 안티바이러스, DRM 등의 보안 기능들이 기본으로 장착될 것이다. 약간의 단순화된 도식을 적용하자면 콘텐츠의 사용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 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콘텐츠를 보호하는 기술은 CP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 두 힘의 충돌은 휴대폰 콘텐츠 생산 및 사용에 대한 미래 모습을 만들어 형성하는 데 주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어느 한 힘의 일방적인 승리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나 CP 모두에게 해가 될 것이다. 적절한 긴장과 균형이 향후 휴대폰의 발전을 주도해야 할 것이며, 바람직한 휴대폰 기술 발전을 위하여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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