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표준, 최후의 승리자는?

세계 휴대폰 표준의 양대산맥인 유럽형 이동통신(GSM) 진영과 북미식 이동통신(CDMA) 진영이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 등 신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45억명에 달하는 전세계 잠재 휴대폰 시장을 놓고 GSM진영과 CDMA진영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세계 휴대폰 가입자 중 GSM 방식 가입자는 10억명, CDMA 방식 가입자는 2억명 정도다. 남은 세계 인구는 약 45억명. 어떤 표준이 나머지 시장을 장악하느냐에 두 진영의 미래가 걸려 있다. 특히 서유럽·북미 등의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잠재 시장인 개발 도상국과 제3세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GSM 진영=노키아, 에릭슨, 지멘스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GSM 진영은 CDMA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시장 규모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통신서비스 업체도 많고, 장비 및 단말기 공급업체도 많다. 당연히 경쟁이 강화되고 이는 가격인하로 이어진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 그룹에 따르면 작년 한해 GSM 장비 가격은 20% 정도 하락했으며, 단말기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마이크 덜랜더 시그널 리서치 그룹 설립자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월 평균 요금 11달러, 평균 단말기 가격 20달러인 인도 등 소득이 적은 개도국 및 제3세계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최고의 장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개발도상국 시장에선 GSM의 우세가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신흥시장인 중국, 인도, 중동, 러시아 등의 가입자를 보면 GSM 가입자가 CDMA 가입자보다 훨씬 많다. 최근 몇 년간 CDMA 가입자가 꾸준히 늘긴 했지만, 지난 7월 중국과 인도 신규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GSM 가입자가 CDMA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 CDMA진영은 최근 올해 중국 시장 가입자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CDMA 진영=퀄컴,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노텔 네트웍스 등 CDMA 지지업체들은 GSM의 지배력이 갈수록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CDMA 진영은 CDMA 기술을 사용할 경우 일정한 공간에서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GSM의 가격 경쟁력보다 CDMA의 기술 효율성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빌 데이빗슨 퀄컴 IR 책임자는 “CDMA 기술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더 뛰어나다”면서 “운영자라면 값싼 장비에 네크워크 성능을 맞추는 것과 미래의 업그레이드까지 대비한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을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CDMA 진영은 브라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 CDMA를 선택하는 등 신흥시장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들 시장이 성장하면서 장비 및 단말기 공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가격도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CDMA 진영은 러시아, 체코, 라트비아 등 신흥 시장을 겨냥해 최근 저가의 CDMA 450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리차드 디닌 오범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CDMA 450은 아날로그 라디오 방송에 쓰이던 450㎒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으며 시스템 구축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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