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유출에 이용자 발끈,기업당황

통신사업자·포털들 개인정보 관리 소홀

‘개인(소비자)을 얕잡아 봤다간 큰 코 다친다(?).’

 대규모 고객 개인 정보를 보유한 이동통신사업자 및 포털 사이트·쇼핑몰 등의 온라인 상의 개인 정보 유출 문제가 심심찮게 지적되는 가운데 이용자들이 기존의 소극적 묵인에서 탈피해 사법 처리 등 적극적인 대응을 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개인 정보보호에 소홀해왔던 기업들이 긴급 조치에 나섰으나 관계사 등을 통한 개인 정보 유출에 보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소극적 묵인에서 적극적 대응으로=네티즌 장성원(31)씨는 최근 ‘함께하는시민행동’ 시민프라이버시센터(http://www.privacy.or.kr)에 ‘하나로드림과 패밀리사이트 간의 고객데이터베이스 무단이용과 기만행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제보에 따르면 하나포스닷컴의 회원인 장씨는 하나포스닷컴 패밀리사이트인 ‘레페’가 동의 없이 레페 관계사인 결혼정보회사 ‘오늘’에 자신의 개인 정보를 무단 유출했다며 하나로드림과 레페 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한편 사법 처리까지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 사이트 디시인사이드(http://www.dcinside.com)에 ‘옥션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의 미비점 보고 및 사건 고발’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선우(28)씨의 글을 보면 “옥션에 가입한 뒤 옥션 명의로 날아오는 다량의 스팸 메일의 낙찰 정보 제공란에 내가 모르는 타인의 개인 정보가 상세히 명시돼 있다”며 “옥션이 원치 않는 개인의 정보를 타인에게 스팸 형태로 무차별 배포한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이용자 ‘발끈’에 기업들 ‘화들짝’=최근 이와 같이 공개적인 사이트에 자신의 실명과 직장명까지 밝히며 개인 정보 도용 내역을 상세히 설명하고 실제로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등 관련기관에 신고하거나 해당 기업에 직접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양태는 기존에 ‘늘 있는 일’로 치부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게시판에 이를 등록해 공개적으로 문제삼거나 아예 시민 단체 등과 연계해 조언을 받고 법적 피해 보상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변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용자들이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자 기업들도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나로드림 관계자는 “하나로드림이 패밀리 사이트 시스템을 운용한 이래 이처럼 협력사로 인한 개인 정보보호 문제가 공개적으로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단 레페와 하나로드림 모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제보자에게 다시 연락을 취할 예정이며 문제를 일으킨 레페 측과 패밀리 사이트 관계를 해지하는 조치까지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자발적 노력 아직 불충분해=그러나 일각에서는 고객의 적극적인 항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형 사이트가 여전히 고객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 개인 정보보호 정책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KT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고객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사업인 ‘소디스’ 영업의 개인 정보 침해 문제점을 지적한 의견서를 받았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영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 사이트 등에 대한 정보보호마크인증제를 운영하는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의 한문승 팀장은 “소규모 기업은 스스로 정보보호 마크 인증 신청에 적극적인 반면 오히려 대규모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포털이나 통신 사업자들이 까다로운 절차 및 비용 등을 이유료 이를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이창범 사무국장은 “올 들어 휴대폰 등 각종 매체를 통한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피해 보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대폭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이 적극적인 구제 신청을 하더라도 법적 지침의 강제력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윤건일기자@전자신문, yukyung·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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