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국내 시장 칩 공급 추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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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이 국내 휴대폰업체를 적극 공략하면서 세계 베이스밴드칩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인텔은 컴퓨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윈텔(윈도와 인텔)’을 구축, 세계 시장을 평정한 세계 최대의 반도체기업이다. 이런 인텔이 통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칩 개발을 완료하고, 세계 시장에 두각을 나타낸 한국 휴대폰업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2세대(2G)에서 CDMA와 GSM을 기반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오던 퀄컴과 TI, 에릭슨 등은 인텔이라는 새로운 강자의 출현에 잔뜩 긴장했다.

 ◇멀티벤더 시대 개막=베이스벤드칩 시장에서 인텔의 등장은 CDMA와 GSM을 양분했던 퀄컴과 TI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휴대폰 시장이 2G를 넘어 3G로 진입, 휴대폰업체들도 칩 거래선을 바꿀 때다.

 국내 업체들은 퀄컴에 많은 로열티를 가져다 주면서도, 독점적 지위로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칩을 공급받았다. 그러나 인텔이 등장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인텔이 WCDMA 칩에 전력을 모았으며, 국내 휴대폰업체들은 3G 칩벤더를 물색중이다. 삼성전자가 퀄컴으로부터, LG전자가 퀄컴과 에릭슨으로부터 WCDMA 칩을 조달받는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칩벤더가 많을수록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고 판단, 칩 공급선을 넓혀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G에서는 퀄컴과 TI, 에릭슨의 독주였지만 3G에서는 다칩벤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휴대폰업체들도 칩 개발에 나서 베이스밴드칩 시장은 혼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휴대폰업체 집중 공략 대상=칩벤더들이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 휴대폰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높아졌다. 세계 휴대폰 시장의 1, 2위인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칩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한데다, 2G에 이어 3G에서도 기존 칩벤더를 그대로 가져가지만 한국 휴대폰업체들은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특히 3G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목표로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LG전자와 팬택계열도 각각 3위, 5위를 목표로 삼았다. 시장을 장악한 베이스밴드칩업체들도 국내 업체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게 됐다.

 신규로 휴대폰용 칩 시장에 진입한 인텔도 이 틈을 비집고 한국 업체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인텔코리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휴대폰업체들에 칩을 공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접촉중”이라며 “하반기부터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성능검증이 숙제=베이스밴드칩 벤더의 구도 변화가 예상되면서 성능이 가장 큰 관건으로 떠올랐다. 상반기 퀄컴처럼 cdma2000 1x EVDO 칩 공급 부족 사태를 일으킬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인텔은 아직까지 성능을 완전하게 검증받지 못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면 퀄컴, TI, 에릭슨 등은 2G와 2.5G에서 성능을 완전하게 검증받았고 3G에서도 휴대폰업체들을 만족시켰다. 현재로선 인텔이 불리하다.

 하지만 인텔이 국내 주요 업체 중 한 곳에서라도 성능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칩을 공급하면 상황은 돌변할 수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우리가 요구하는 성능만 구현하면 신규 칩벤더로부터도 칩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 칩벤더 선정엔 성능이 관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