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음악콘텐츠 시장에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콘텐츠제공업체(CP)들의 ‘젖줄’이나 다름없던 거대 이동통신사들이 직접 콘텐츠사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SK텔레콤의 ‘뮤직라이선스뱅크(MLB)’사업. SK텔레콤은 지난 7월부터 MLB사업부를 통해 벨소리, 통화연결음(컬러링), 노래방서비스 분야 음원 판권을 확보하고 광범위한 콘텐츠제공사업에 뛰어들었다. KTF나 LG텔레콤도 비슷한 개념의 음악 관련 콘텐츠서비스를 추진중이어서 이동통신업계의 움직임은 모바일콘텐츠 시장 전체를 뒤흔들 소용돌이로 변해가고 있다.
CP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이 과정에서 50 대 50이던 이동통신사와의 콘텐츠 수익배분율이 ‘75 대 25’로 재편되는 등 새 시장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 때문.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동통신사의 이 같은 움직임이 오히려 CP업계를 거듭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형 매출 절반으로=CP들의 주장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원래 CP에 배분되던 50% 수익 중 음원권리자에 지불해온 25%를 MLB사업부가 가져오는 것일 뿐이어서 CP들의 수익률에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CP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좀 다르다. 지금까지 음원권리 비용을 합친 50%가 매출로 인식됐는데 이제는 25%밖에 잡히지 안는다는 것. 즉 시장에서 자신들의 위치나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CP 사장은 “원음서비스 비중이 커지고 음원권리자 권리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25% 수익도 언제 깨질 지 모를 일”이라며 “체감 수익은 이미 2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살길은?=최근 CP들의 일치된 관심은 ‘콘텐츠 다각화’와 ‘온라인사업 강화’다. 올 초 열풍처럼 이어졌던 음악스트리밍사이트 오픈도 이런 위기에 대처하려는 시도였다. 이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이동통신사에 의존해온 모바일 부문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나아가 무선인터넷 망 개방까지 맞물리면 온라인이 또 다른 수익원천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더해져 있다.
실제 음악전문 CP들에는 80∼90%의 수익을 보장해온 게임 등 각종 멀티미디어콘텐츠가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이제는 음악사업만 하겠다는 CP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콘텐츠 다각화 열풍이 불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한두 번 시도에 그쳤던 모바일게임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음악에만 국한됐던 콘텐츠 사업분야를 게임 등으로 확대해 라인업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기대감도=시장이 이처럼 악화된 데는 환경적 요인이 크지만, 시장 난립과 비현실적인 경쟁구도 등 내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SK텔레콤에만 줄잡아 70여개 벨소리업체들이 매달려 있다. 전체 음악콘텐츠 CP수만도 200개를 웃돌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실속있는 알짜 CP일수록 지금과 같은 시장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CP 사장은 “지금 상황이 경쟁력 있는 CP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선 올바른 방향일 수도 있다”며 “모바일콘텐츠 분야에서는 계륵과도 같은 음악콘텐츠시장이 생산적으로 재편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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