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투자 양극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통신사업자들 주력 투자 분야 변화

 통신사업자들이 음성·데이터 시장의 수요 포화로 WCDMA 등 3G 투자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 가운데 휴대인터넷·DMB·텔레매틱스 등 융합서비스나 비통신 분야를 겨냥한 신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이후엔 WCDMA를 제외한 신규 서비스 투자가 활발할 전망이다.

 WCDMA 투자의 경우 사업자들은 출연금 삭감, 공용 기지국 구축 등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여전히 난색을 표명, 당분간 투자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인터넷, DMB, 텔레매틱스 ‘올인’=통신사업자들은 전반적으로 투자엔 미온적이지만 새로운 결합시장에 대해선 매우 적극적이다. 사업권 확보 경쟁이 수면에 오른 휴대인터넷의 경우 사별로 약 1조원의 투자비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이미 4개사가 참여의사를 밝히고 재원을 준비중이다.

 DMB 역시 위성DMB사업에 진출한 SK텔레콤 이외에도 KTF와 LG텔레콤이 각각 방송사들과의 협력하에 지상파 DMB 음영지역 기지국을 공유하거나 추가 설립하는 방안을 놓고 세부 투자계획까지 마련중이다.

 최근 2010 미래비전을 확정한 KT의 경우 IPTV, 콘텐츠, IT컨설팅 등 5대 성장동력 분야에 연간 5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집행하겠다며 발표했다. 또 31일에는 이용경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부 투자 목표를 밝힐 예정이다.

 텔레매틱스사업은 SK텔레콤과 KTF, KT 등까지 모두 뛰어든 각축전이며, 하나로텔레콤은 방송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WCDMA, 내년 투자 계획 ‘오리무중’=WCDMA 서비스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F는 현재 지난 연말 상용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정부와 약속했던 사별 2500억원의 투자는 거의 발주를 끝내 연내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자금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기지국을 추가하고 지하철 등 음영지역을 해소하는 데 투입된다.

 그러나 내년도 투자계획은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당초 약속한 3조2000억원(SK텔레콤 1조7000억원, KTF 1조5000억원)을 늦어도 2006년까지는 마무리지어 전국 84개 지역에 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자들은 올해까지 투자할 1조원 빼고 나머지 2조2000억원에 대한 그림을 전혀 그리고 못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대신 투자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도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 이외에는 공용 기지국을 설치하거나 남아 있는 1조3000억원의 출연금을 삭감해 투자금으로 전환하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요금인하가 당기수익 악화로 연결돼 내년 투자는 더욱더 보수적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출연금은 이미 국가 회계에 반영된 것인데다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다른 쪽에서 원칙이 무너져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공용 기지국에 대한 논의는 반대하는 사업자가 있는 상태여서 정부가 나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에 맞는 투자유도=사업자들은 “시장상황에 맞게 투자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입을 모은다. 수요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 수요가 없는 곳에 투자를 했다가 주가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몇 차례의 경험을 예로 든다.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결국 어떤 분야에 얼마 투자하는 것은 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정하는 것”이라면서 “새 킬러애플리케이션을 찾을 수 있도록 결합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를 효율화할 수 있도록 사업자 간 협력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