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코모 `4G` 협력 의미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은 24일 제주에서 열린 ’삼성 4G 포럼 2004’에서 “일본의 최대 이동통신서비스업체와 매년 (정기적으로) 4G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며 “4G 기술 표준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주로 논의한다”고 밝혔다.현재 전세계 이동통신업체중 휴대폰업체로는 삼성전자가, 이동전화서비스업체로는 NTT도코모가 4G 포럼을 독자적으로 열며 기술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사장이 밝힌 양사의 협력강화는 향후 이동통신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이동통신에 관한 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20여년의 노력 끝에 세계 최고 휴대폰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제품력에 비해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휴대폰업체로는 처음으로 4G 포럼을 열며,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장악을 선언했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삼성이 4G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설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NTT도코모는 2G까지 독자 표준을 고집하며 일본 이동통신업계에서 제황처럼 군림하면서도 세계 시장에는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3G 접어들면서 국제 표준을 따르기 시작, 유럽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보다폰 등 기존 강호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NTT도코모는 지난 2002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4G 포럼을 만들며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장악에 강한 집념을 보였다.
◇협력 배경=삼성·무엇보다 4G 장악을 노리는 양사의 이해관계는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2010년 세계 1위 휴대폰업체 도약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차세대 기술 주도를 위해 4G 표준 확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NTT도코모도 보다폰, 버라이존 등과 같은 유럽과 미국의 최대 이동전화서비스업체와 어깨를 견주기 위해 4G 주도권 확보가 절실해졌다.
특히 3G까지 기술 표준과 시장을 장악했던 유럽과 미국의 이동통신업체들이 4G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양사는 4G 주도권 장악의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하지만 양사는 미국과 유럽업체들이 참여없이 각각 독자적으로 4G 표준을 만들어가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NTT도코모의 4G 총책인 마사무라 타츠오부사장은 “양사가 4G 포럼을 통해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이라며 “4G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정보통신업체들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4G 상용화 앞당긴다=양사의 4G 협력은 이제 기술 표준을 넘어 4G 상용화를 앞당기는데로 모여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업체들이 소극적일때 양사가 기술 협력을 강화, 4G 시장을 예상보다 일찍 열 경우, 기회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이동통신 상용화의 7∼8년전부터 기술 표준을 준비하는 휴대폰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며 “삼성전자와 서비스업체들의 노력으로 4G 상용화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사무라 부사장도 “4G 전문가들이 포럼 등을 통해 자주 만나면 4G 상용화가 앞당겨 질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NTT도코모의 4G 포럼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유럽, 미국 사업자와 협력 모색=이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일부 유럽업체와도 4G 관련해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지금은 NTT도코모가 4G에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에 NTT도코모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의 대형 이동전화서비스업체들도 매력적인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보다폰과 T모바일 등 유럽 업체와 스프린트 등 미국 업체와도 4G 관련해 긴밀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이동전화서비스업체들은 물론 휴대폰 및 장비 제조업체들과도 4G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삼성은 4G 관련해 누구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