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LCD업계 신디케이트론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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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디스플레이업계에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에 의한 자금 조달 움직임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대만의 대표적 하이테크 업종인 LCD 패널업계의 신디케이트론 차입금이 올 들어 2358억 대만달러(약 7조6450억원)를 기록, 작년 대비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산업계 전체적으로도 올 상반기에만 작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일 전망이다.

 이 같은 차입금 급증은 IT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이 날로 왕성해지고 있는 것과 달리 국제 자본시장의 환경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지금까지의 ‘이쿼티 파이낸스(신주 발행에 의한 자금조달)’ 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차입 현황=LCD 패널 2위업체인 CMO는 지난 달 초 중국신탁상업은행을 주간사로 은행, 생명보험사 등 총 35개사로부터 666억 대만달러를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차입했다. 이에 앞서 CMO는 지난 1월에도 412억 대만달러를 33개사로부터 조달한 상태다. 액정 패널 최대업체인 AUO도 6월에 대만은행 등 32개사로부터 600억 대만달러의 융자를 받았다. 이밖에도 CPT, 콴타 등 LCD 패널 5개사들의 올 1∼7월 신디케이트론은 총 5건으로 지난 해의 2건(547억대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났다.

 ◇대만기업, 돈 가뭄 드나=대만은 대형 LCD 패널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35%를 차지해 삼성전자 등 한국세와 어깨를 견주고 있다. 대형업체 5개사의 경우 LCD TV용으로 6세대 이후 대형 유리기판을 패널에 가공하는 신공장 건설에 적극 나선 상황이지만 자금부족으로 신디케이트론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LCD 이외 가정용 게임기 위탁생산 등 IT 관련업체들의 융자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현지 언론인 경제일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 1∼6월 대만기업 대상 신디케이트론은 118건으로 약 4000억대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2배 가깝게 증가한 수치다.

 최근 몇년 간 대만의 IT기업들은 미예탁증권(ADR),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올 봄 이후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동종업체 등과 경합하면서 목표액을 미처 조달하지 못하는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 AUO가 6월에 발행한 ADR는 발행 가격이 16달러로 5월 시점의 전망치와 비교할 때 30% 이상이나 낮았다. 이는 LG필립스LCD의 주식 공개 영향이 컸던 때문으로 대만업계는 보고 있지만 선행하는 IT경기를 보다 신중하게 지켜보자는 투자가들이 늘어난 것도 배경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불량 채권될 가능성은=대만기업의 신디케이트론 차입은 비록 변제기한이 5∼7년으로 긴 편이지만 LCD 패널가격이 6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 조정 분위기 속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용 신디케이트론이 불량 채권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만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IT제품 가격 하락을 몰고 왔다면 향후 어쩌면 대만발 불량 채권이 재차 디지털 경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용어]신디케이트론

다수의 은행으로 구성된 차관단 혹은 은행단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차입자에게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로 ‘신디케이션론(syndication loan)’이라고도 한다. 기업의 소요자금을 한 개의 금융기관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때나 특정 기업에 대한 과대융자를 피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키려 할 경우에 많이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