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기업과 혁신중기

우리 경제 앞날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혁신주도형 경제로 나가야 한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시중에 자금이 부족해서 경제가 어려워진 것도 아니고 인건비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니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나가기 위해 혁신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혁신형 중소기업, 혁신선도형 중소기업,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등 아직은 통일되지 않은 다양한 용어로 불리지만 어쨌든 올 하반기에는 혁신중소기업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 경제정책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혁신중소기업이란 무엇일까. 혁신주도형 경제에서 대기업이 아니라 혁신중소기업이 유난히 강조되어야 할 이유는 있는 것일까. 또 혁신중소기업은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첫째, 혁신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사실상 동일한 개념으로 봐야 한다. 다만 벤처기업이란 용어가 갖는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벤처기업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혁신중소기업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다. 벤처기업을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들과 연계하는 것은 벤처기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인식은 부당하다. 그러나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에게 벤처기업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부정적 인식은 벤처육성정책과 관련돼 있다. 벤처기업 확인제도에 기초해 벤처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수단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과도한 지원이 벤처 거품을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벤처육성정책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필요와 성과는 종종 무시되곤 한다.

 둘째, 혁신주도형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강조되는 데에는 우리 대기업과 혁신중소기업 양자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일부 대기업이 몰락하는 상황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기대가 크게 불거졌고, 심지어 벤처기업이 대기업을 대체할 대안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벤처기업만이 우리 경제를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대로 우리 경제가 소수의 대기업에만 의존하던 시기도 지나갔다고 하겠다.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을 잘하면 웬 만큼 석차도 올릴 수 있지만 전교에서 1, 2등을 하려면 사회·과학은 물론 예체능 과목의 성적도 좋아야 하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이제 우리 경제는 한두 개 전략산업이나 소수의 대기업만 잘해서는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이 강조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우리 대기업은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튼튼해졌다. 대기업은 이제 정부의 육성 대상이라기보다는 간섭을 받지 않음으로써 더 잘할 수 있는 믿음직한 존재다. 또 지난 수년 동안 적잖은 벤처기업이 성공했다는 경험은 혁신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기대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불리한 혁신환경을 개선해 혁신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셋째, 혁신중소기업은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고 창업 및 혁신금융 여건을 개선하며 과학기술의 토대를 강화함으로써 육성될 수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은 필수적이며, 이런 의미에서 벤처기업 육성정책은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종래 벤처육성정책이 갖는 문제점은 극복해야 한다. 성공적인 벤처기업은 정부가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판별돼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지원은 오히려 기업가정신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정부의 지원만을 바라보는 나약한 중소기업을 길러내는 정책이 아니라 거친 비바람이 몰아치는 경쟁의 세계로 나갈 묘목을 길러내는 혁신중소기업 육성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벤처기업의 신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것도 사이비 벤처의 일확천금의 신화가 아니라 혁신에 기초해 경제의 빈자리를 메우는 참된 벤처기업 신화다.

<주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juhyeon@ki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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