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에 투자이슈를 띄워라"

예측 불허의 구제 풀고 투자유인책 내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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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통신 이슈를 바꿔야 한다.’

 정부가 통신 요금을 인하하고 휴대인터넷 허가정책 방향의 가닥을 잡으면서 올해 통신서비스업계를 짓누른 규제 현안이 마무리 국면에 도달했다. 현안이 모두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통신사업자들은 영업과 신규 서비스 투자 등의 본연의 업무에 어느 정도 몰두할 수 있게 됐다.

 그간 공정경쟁의 틀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현안을 생산한 정부도 이젠 통신사업자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규제이슈는 이제 그만=지난 5월 25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의 합병인가 연기 조치 이후 지난 13일 당정협의회의 통신요금 인하 결정까지 80일간 통신서비스업계는 말 그대로 요동쳤다. 굵직굵직한 규제 정책이 잇따라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업계도 일손을 놓다시피 하면서 규제 당국의 행보에만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 한복판에 있던 SK텔레콤의 한 임원은 “올해처럼 정신없이 보낸 것은 입사 이후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첫 단추는 SK텔레콤의 합병인가 이행 여부 심의였다. 정책심의위가 예상밖의 판정을 내렸다. 이는 통신위원회의의 이동전화사업자 모두에 대한 영업정지로 이어졌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통신사업자의 수익구조와 직결되는 상호접속료율, 전파사용료 차등화, 요금 인하 방안도 7월·8월에 각각 확정됐다. 사업자의 미래사업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에 대한 허가 정책도 이달 확정됐다.

 ◇예측의 불확실성이 문제=통신사업의 특성상 규제는 불가피하다. 사업자들도 예상 규제를 감안해 사업계획을 짠다. 문제는 일부 규제의 예측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병인가 관련 규제도 올 초까지만 해도 이처럼 큰 문제로 불거질 것으로 본 사람은 적었다. 하지만 번호이동성 경쟁이 혼탁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후발사업자들이 거세게 밀어붙였으며 뜻밖의 결정을 이끌어냈다. 통신요금 인하만 해도 물가당국에서 이따금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정통부는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7월 말 이헌재 부총리가 인하를 요구하자 급선회해 결국 인하했으며, 시기도 애초 10월로 예상되다가 한 달정도 앞당겨졌다.

 이동전화 3사는 정부의 결정에 받아들이면서도 정부가 요금을 물가안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급격한 방침 변화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투자 유도만이 살길=요금 인하를 계기로 일대 회오리 바람은 이제 잠잠해졌다. 물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보편적서비스 손실보전금 분담비율, 초고속인터넷 기간통신역무화 등의 규제가 하반기 중 확정된다. 통신위 추가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휴대인터넷허가 정책도 아직은 ‘뜨거운 감자’다.

 그래도 올해 나올 굵직굵직한 현안은 거의 다 마무리됐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정통부도 해를 넘겨 골머리를 썩힌 현안에서 어느 정도 홀가분해졌다는 반응이다.

 사업자들도 밀렸던 사업 계획을 다시 챙기기 시작했다. 한 유선 사업자 고위 관계자는 “규제 이슈가 거의 다 나와 이젠 휴대인터넷과 같은 신규사업권에 매진하겠다”면서 “다만 통신방송 융합 관련 규제가 빨리 해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선 사업자 관계자도 “현안 때문에 밀렸던 WCDMA, 휴대인터넷, DMB, 글로벌 신규 사업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가속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사업자의 신규 투자를 본격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초성운 KISDI 통신방송연구실장은 “통신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가치 창출이 가능한 분야”라면서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제거했으므로 사업자들이 투자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성훈 분석자도 “정통부가 예상보다 낮은 요금 인하율로 사업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하반기엔 사업자들을 상대로 투자를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요금 인하 이전, 정통부 고위 관계자의 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 관계자는 “적어도 요금에 대해 정부는 투자 유도를 위해 사업자 의견을 수용했다”면서 “그러나 사업자가 투자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주라고 강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