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인터넷, 믿는 인터넷](2)청소년 유해환경을 제거하자

주부 박미옥(48) 씨는 요즘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지난 4월부터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어머니 사이버 지킴이’로 활동중인 그녀의 임무는 한 마디로 유해한 인터넷 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신고활동.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음란 스팸 메일 등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방치돼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사이트가 19세 인증이 있다고 해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에 달하는 음란 사이트, 스팸 메일 등을 전용 모니터링 신고 사이트(http://www.mom119.org)에 올리다보면 뿌듯한 마음도 들지만 날로 대담해지는 콘텐츠를 접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는 게 박 씨의 지적이다.

 ◇ 인터넷 공간, 청소년이 눈 돌릴 곳이 없다= 박미옥 씨처럼 ‘더 이상 두고 볼 수 만은 없다’는 다짐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의 사이버어머니지킴이를 자청한 학부모는 540여 명에 이른다.

 인터넷은 이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놀이 상대이자 커뮤니케이션 통로이자 학습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만큼 오염된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청소년 유해 매체물을 지정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집계한 상반기 정보통신윤리관련 종합 통계를 살펴보면 6개월간 청소년 유해 매체물 결정 및 고시 건수가 이미 지난 2003년 한 해 총 3500여 건에 근접한 3140여 건에 이르렀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인터넷 성매매, 인터넷 음란물, 엽기·자살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월별 기획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내용 일색이다.

 청보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 및 채팅 사이트에서 버젓이 10대들이 성매매 상대를 구하는가 하면 잔혹하고 충격적인 내용의 동영상을 아무런 제약없이 쉽게 구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며 “지난해에도 기획 모니터링 보고서를 냈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심해졌고 그에 따라 청소년들도 점점 불감증에 걸리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 청보위, 시민단체 등 ‘내 자녀는 내가 지킨다’= 이같은 인터넷의 청소년 유해 콘텐츠 범람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기관 및 시민단체 등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대책 마련에 적극적이다.

 청소년 보호 정책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임선희)는 올해 신임 위원장 취임 이후 핵심 5대 과제 중 하나로 ‘인터넷 청소년 유해 정보의 근절’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지난 2월부터 위원회 내에 전문 자문가들로 구성된 인터넷정책분과위원회를 신설하고 내달까지 성매매, 음란물, 인터넷 중독, 온라인 게임 등 4개 주요 부문에 걸쳐 ‘인터넷상 청소년 보호를 위한 핵심과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올해 스팸메일 근절 등에 초점을 맞췄던 정보통신부도 하반기부터 불건전한 인터넷 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P2P를 통한 유해 콘텐츠 차단 기술 개발 등에 적극 착수해 사태의 심각성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유해 환경의 정화에는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 등의 자발적인 노력이 돋보인다. 청보위가 어머니사이버지킴이 위탁 단체로 선정한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지원센터(이사장 이시형)와 벌써 5년 째 사이버 감시 활동을 펼쳐온 학부모정보감시단(단장 주혜경 http://www.cyberparents.or.kr) 등이 대표적이다.

 밝은청소년지원센터는 어머니사이버지킴이 활동을 통해 약 540명의 회원들이 월 1500건 이상의 유해 정보를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에 고발 조치하고 있다. 학부모정보감시단은 날로 심각해지는 인터넷의 폐해로부터 자녀들을 지키는 활동을 한층 강화하고자 최근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발기인 대표를 맡고 있는 주혜경 단장은 설립 취지문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절제한 스팸메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임, 사행심을 조장하는 아바타 판매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넷과 접촉하고 있으며 거기서 또 어디로 번져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학부모정보감시단은 봉사활동으로 문을 연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학부모와 업체 등과 관련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사단법인 전환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기업, 유해정보분담금 문제 등 공론화해야= 인터넷 업계 일각에서도 자율 정화 노력과 함께 사이버 유해정보분담금을 공론화하자는 조심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유해정보분담금은 말 그대로 인터넷 공간을 오염시키는 해로운 정보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건전 사이버 환경 조성 및 유해 콘텐츠 확산 방지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동안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맹목적인 상업주의에 물들어 감시활동을 게을리 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금칙어 지정, 게시판 모니터링, 커뮤니티 감시 등 나름대로 안전 장치를 마련했으나 보다 실효성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보호위원회도 오는 9월까지 인터넷 사업자의 청소년 보호에 대한 의식 정도를 최초로 측정해보고자 일명 ‘사이버윤리척도’를 만든다. 사이버 역기능의 확산에 대한 책임이 없지 않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나 이와 관련한 노력을 기울이는지 조사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의도에서다.

 사이버윤리척도 개발에 대해 김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척도 개발은 순위를 공개하는 것 자체보다 청보위와 기업간 핫라인 개설 등을 통해 기관과 기업의 협력을 공고히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며 “인터넷 기업들 스스로도 청소년을 커다란 고객층으로 여기고 이미 정예화된 고객지원센터를 통한 금칙어 지정, 사이버폴리스 등 다양한 절차를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종윤차장(팀장), 김유경기자, 조장은기자, 윤건일기자

[임정희 밝은청소년지원센터 대표]

“음란정보, 스팸메일, 인터넷 성매매, 모바일을 통한 음란정보 유포, 폭력게임 등 인터넷에서 어머니사이버지킴이가 감시해야 할 대상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은 540 여명이지만 점점 규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밝은청소년지원센터의 임정희 상임 대표는 올해 센터의 주요 사업으로 건전한 사이버 청소년 문화 조성 사업을 꼽는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해 출범시킨 ‘어머니사이버감시단’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핵심이다.

 임 대표는 “어머니사이버감시단은 어머니들이 직접 사이버 상의 유해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감시, 신고하는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건강한 사이버 환경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며 “공식 명칭은 어머니사이버감시단이지만 요즘들어 참여를 문의하는 아버지들도 많아져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특별한 보수가 주어지는 일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시간을 쪼개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참여 열기가 뜨겁다”며 “초보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서핑 실력보다는 참여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시단은 주 단위로 적발 결과물을 취합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신고하고 월 단위로는 우수 활동자에 대한 시상도 진행한다. 밝은청소년지원센터는 설립 초기에 청소년 매매춘 예방 등 오프라인 청소년 보호 활동에 주력해왔으나 최근에는 점점 황폐해지는 인터넷 공간의 정화 활동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임 대표는 “어머니 지킴이 외에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에 인터넷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다”며 “PC, 인터넷 중독에 대해 청소년이 직접 자가진단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는 이시형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이 이사장으로, 강지원 변호사(청소년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_, 문용린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공동 대표로 참여하는 등 평소 청소년 보호 정책에 관심이 깊었던 인사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