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TV홈쇼핑 산업이 태동한 지 9년. 95년 첫 상품 방송을 시작해 숨고르기 한 번 없이 지금까지 한 달음에 달려 왔다. 하지만 한 때 ‘신유통의 황태자’로 불렸던 홈쇼핑이 기로에 섰다. 케이블 가입자수가 정점에 도달했고 방송위와 공정위의 정책 변화, 시민단체의 견제, 연번제 시행, 에스크로제 도입 등 잇따른 악재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계(視界)’조차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대안을 중심으로 홈쇼핑 산업의 미래를 3회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TV홈쇼핑 업체의 A사장은 요즘 ‘핸드폰 보기를 돌 같이 한다’는 우스개 소리를 자주 내뱉는다. 무슨 이유일까. 해답은 바로 실적 때문이다.
주요 홈쇼핑 사장의 핸드폰에는 매 시간 문자 메시지가 줄을 잇는다. 문자 메시지는 시간 당 매출을 알려 주는 일종의 유선 보고다. 24시간 방영되는 홈쇼핑이기에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연일 ‘메시지 알림’이 반짝인다. 하지만 최근 홈쇼핑 매출이 주춤하면서 실적 보기가 두렸다는 간접 표현인 것이다.
‘안방 쇼핑’의 대표 주자였던 TV홈쇼핑이 흔들리고 있다. 한 때 고속 성장을 누리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홈쇼핑이 내수 침체에 디지털 방송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경영 합리화와 인터넷 몰· t커머스 등 대안 사업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사업 환경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홈쇼핑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경기 침체다. 대표 내수 업종인 홈쇼핑은 유달리 경기에 민감하다. 할인점·백화점과 달리 생필품과 명품 사이에 ‘어중간한 상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소비 회복은 없다’는 쪽으로 기울면서 홈쇼핑도 매출 위주에서 수익성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에 익숙한 홈쇼핑이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홈쇼핑의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은 케이블TV가입자에서 찾을 수 있다. 케이블 가입자는 지난 해 1200만 가구를 돌파한 이 후 증가세가 주춤한 상태다.
스카이라이프 등 위성 방송이 선전하고 있다지만 이용 규모는 케이블의 10분의 1 수준인 130만 가구 정도로 아직 ‘바잉 파워’를 형성하기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위성 가입자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보다는 성숙 단계에 있는 케이블 가입자를 잠식해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제로 섬’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디지털 방송도 보이지 않는 복병이다. 경기 회복은 먼 나라 얘긴데 디지털 방송 개국과 맞물려 홈쇼핑 채널도 ‘연번제’ 방침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연번제는 흩어져있는 케이블TV의 홈쇼핑 채널을 비슷한 번호대로 하나로 묶는 제도를 말한다. 홈쇼핑 업체에겐 지역 방송사업자(SO)수수료 감소라는 긍정 요소도 있지만 ‘로얄 채널’로 불렸던 로(Low) 채널을 잃고 결국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LG증권 박진 연구원은 "가시청 가구수와 매출은 96% 정도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라며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른 케이블 가구수가 정체된데다 소비부진, 여기에 디지털 방송에 따른 연번제까지 시행되면 지금 매출의 30∼40% 정도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악화한 시장 환경은 홈쇼핑 매출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LG· CJ홈쇼핑 등 선발 주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매출이 감소했다. CJ는 상반기 매출액이 1913억 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2118억원)보다 9.7% 줄었다. 영업이익(153억 원)과 순이익(145억 원)도 각각 38.3%, 33.8% 감소했다. LG도 상반기 매출이 25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78억 원)보다 5.5% 감소했다. 다행히 영업이익(236억 원)과 순이익(200억원)은 소폭 증가했지만 성장세는 이미 꺾인 상태다.
후발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30∼50% 성장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매출 신장률이 10%대에 머물렀다.
한 마디로 이제는 홈쇼핑도 바뀐 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는 것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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