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르포-日 리눅스 부흥 현장을 가다]`소리없이 강한`열도의 펭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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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난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일본 삿포로 호텔에서는 2회 동북아 공개소프트웨어포럼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중일 3국에서 500여 명이 넘는 관계자가 모여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의견이 나눴다. 특히 이 자리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리눅스 산업의 현황과 경쟁력을 알 수 있었다.

 일본 리눅스 산업은 소리 없이 강하다. 이미 리눅스 관련 조직의 힘이 확보됐고 대기업이 리눅스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시장도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조직, 업체, 시장이라는 산업 발전의 3박자가 갖춰진 셈이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회 동북아 공개소프트웨어 포럼’에서는 이러한 일본 리눅스 산업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발표를 중심으로 일본 리눅스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고속 성장 거듭하는 리눅스 시장>

 일본 리눅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률 측면에서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리눅스 기반의 대형 프로젝트도 줄을 잇고 있다. 이렇다할 기업도 눈에 띄지 않고 시장 진입에 애로를 겪고 있는 국내 실정과는 사뭇 다르다.

 ◇서버용 리눅스는 고공비행 = 서버 시장에서는 리눅스의 입지가 탄탄하다.

 IDC재팬의 자료에 따르면 리눅스 서버의 성장률은 윈도 서버나 유닉스 서버를 압도한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의 리눅스 서버 평균 성장률은 23%다. 이에 비해 윈도 서버는 4.9%에 그쳤으며 유닉스 서버는 오히려 -4.8%를 기록했다.

 리눅스 서버의 보급 대수 역시 올해를 거치면서 4만7000대 정도 선에서 유닉스 서버를 제치고 2007년에는 8만2000대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리눅스에 상대적으로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던 일본 기업시장의 리눅스 도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후지츠가 조사한 분야별 리눅스 서버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2002년에는 공공 및 교육 시장이 58%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IT 업계가 15%, 제조업계가 11%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2003년에는 공공 및 교육 시장이 45%로 소폭 줄어든 반면 IT업계는 23%, 제조업계는 13%로 늘어났다. 물론 전반적인 리눅스 서버 시장은 66% 증가했다.

 아키쿠사 나오유키 후지츠 회장은 “일본에서 리눅스 서버는 확실히 자리를 잡았으며 대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후지츠는 인텔과 협력해 엔터프라이즈급 리눅스 서버를 개발하고 있으며 활용도를 높여주는 다양한 미들웨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스크톱도 선전 =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서버 분야는 물론 데스크톱 시장에서도 리눅스의 기세가 높다.

 데스크톱은 일본이 공개소프트웨어 포럼 내에 별도의 분과위원회를 만들 정도로 정성을 쏟고 있는 분야다.

 일본IBM의 조사에 의하면 2004년 현재 일본의 데스크톱 리눅스 비율은 3% 내외다. 윈도의 89%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편이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성장률을 보면 리눅스가 18.4%로 4.1%의 윈도를 압도한다. 물론 리눅스가 윈도 시장을 대체한다고 보기에는 이르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윈도를 제외한 데스크톱 OS 중에서는 매킨토시에 비해 리눅스의 성장이 괄목할 만하다. 2002년을 기준으로 리눅스는 이미 매킨토시를 눌렀으며 내년에는 그 격차가 2배에 이를 전망이다.

 데스크톱 리눅스 시장에 대해 히사토 미즈하시 일본IBM 리눅스사업부장은 “과거 애플리케이션이 없던 시기와 달리 최근에는 리눅스용 애플리케이션이 다수 등장했다”며 “학교를 위주로 리눅스 데스크톱 시범사업을 광범위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데스크톱 리눅스 시범 사업은 오는 10월 초까지 검토를 마치고 시작될 예정이다. 내년 2월까지 1차 사업을 끝내고 3월에 결과 보고서를 낸다는 계획이다.

 삿포로(일본)=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etnews.co.kr

★주목받는 리눅스 프로젝트

 일본에는 대형 리눅스 프로젝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이를 실제 쓰고 있는 사례가 없으면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반대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리눅스를 도입해서 제대로 사용하고 있으면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의 리눅스 산업은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서버용 리눅스나 임베디드 리눅스 분야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나왔기 때문이다.

 ◇핵심 시스템도 리눅스로 = 일본 최대의 전자회사 가운데 하나인 NEC는 최근 리눅스와 다양한 공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기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메일 서버 소프트웨어인 ‘샌드메일’, 웹 서버 소프트웨어인 ‘아파치’, 데이터베이스인 ‘마이SQL’, 보안 소프트웨어인 ‘오픈SSL’ 등 다양한 공개 소프트웨어가 사용됐다.

 사용된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도 설계 단계에서 컨설팅, 평가까지 모든 과정이 공개소프트웨어 전문가에 의해 이뤄졌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카와무라 토시로 NEC 부사장은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공개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직접 분석했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에서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와무라 부사장은 또 “다수의 리눅스 커뮤니티와 협력한 점도 개발 효과를 높인 주역”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유수의 대학인 와세다대학의 온라인 강의 서비스 시스템도 관심을 집중시켰다. 와세다대학의 이 시스템은 리눅스 기반의 100% 공개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졌다. 콘텐츠 송신 서버, 콘텐츠 저장 서버, 백업 서버, 웹 서버, 데이터베이스 서버 등을 모두 리눅스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원활한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 분산 서버와 방화벽도 마찬가지다. 이 시스템은 현재 와세다대학에서 30과목 이상의 온라인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임베디드는 리눅스가 대세 = 임베디드는 리눅스의 단골 분야다. 서로 다른 임베디드 장비에는 소스코드의 수정이 쉬운 리눅스가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임베디드 리눅스는 매우 앞서 있는 분야다.

 세계적인 이동통신 업체인 NTT도코모는 휴대용 무선랜 단말기인 ‘N900iL’을 리눅스 기반으로 만들었다. 리눅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NTT도코모 관계자는 “다른 임베디드 OS에 비해 리눅스는 성능이 높고 기능이 다양하다”며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기 때문에 단말기에 맞게 OS를 최적화하기 쉽고 별도의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NEC가 제작한 이동통신 데이터 처리 장비에도 리눅스가 사용됐다. 이 제품은 3세대 이동통신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크기는 기존 제품의 20%에 불과하지만 처리 성능은 10배를 웃돈다고 한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표준화 여부에 따라 임베디드 리눅스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한다. 특히 조만간 각종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을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개소프트웨어 포럼

 일본 리눅스산업 육성의 메카인 일본 공개소프트웨어 포럼의 구성은 매우 실질적이다. 하드웨어 업체, SI업체, 소프트웨어 업체 등 리눅스 관련 업계는 물론 정부 관계자, 학계, 사용자 그룹 등 리눅스를 둘러싼 각계각층이 망라돼 있다.

 따라서 일본 공개소프트웨어 포럼은 힘을 갖는다. 여기서 논의된 정책은 탁상공론으로 그치지 않고 곧바로 일본 리눅스 산업 육성방안으로 추진된다.

 일본 공개소프트웨어 포럼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최고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는 마츠시타전기, 히타치제작소, NTT, NEC, 스미토모전기, 노무라연구소 등 일본을 이끌어가는 굵직한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집행위원회를 보조하는 고문단을 만들어 대정부 로비를 담당하게 한 점도 눈길을 끈다. 고문단 역시 히타치, NTT, NEC 등의 대기업 경영진이 들어가 있으며 옵저버로 경제산업성과 총무성 등 정부부처 관계자가 참석한다.

 실무를 담당하는 분과위원회는 개발기반, 데스크톱, 비즈니스 추진, 서포트 인프라 등 4개로 이뤄진다. 인력양성이나 제도 개선 등 정부 측과의 협의가 필요한 분야는 배제하고 산업 발전을 위한 역할만을 자임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발기반 분과위원회는 서버용 리눅스의 사용 범위 확대가 주요 목적이다. 서버용 리눅스 업체 간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고객의 신뢰성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다.

 데스크톱 분과위원회는 데스크톱용 리눅스 보급의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과 기업에 필요한 데스크톱용 리눅스의 요건을 정리 중이다.

 비즈니스 추진 분과위원회는 리눅스 사업의 기반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리눅스의 총소유비용을 추산한다든지 지적재산권 문제를 정리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서포트 인프라 분과위원회는 리눅스 사용에 필요한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자 구성됐다. 장기간 리눅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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