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벤처와 고객 눈높이­

7월 말 불볕 폭염속에서 경제침체의 해법을 모색해 보기 위해 잇따라 열린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는 온통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았다. 전경련과 중소기업협동중앙회가 제주에서 하계포럼을 열어 경제를 걱정했고, 여권 원내대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경제현안 파악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증권거래소 등을 방문했다.

 그 중심 주제는 한결같이 침체된 경제 타개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실상은 ‘불변의 잣대’들로 엮어진 실타래나 다름없었다.

 이들 행사는 침체속에 빠진 우리경제 현실인식의 단면들을 생생히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 여권, 기업관계자와 노동계간 경제인식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계 포럼은 일류제품으로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응하자는 말로 시작해 정부와 노동계를 성토하는 말로 최종일을 마감했다. 집권당 원내대표는 불과 한달 전에 중기청이 내놓은 중기수의계약제도 폐지방침을 뒤집었다. 대기업은 여전히 정부의 총액출자제한과 재벌개혁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정부와 산업계가 서로 눈높이를 맞추고 상대를 고객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나더라도 후유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최고의 기술로 성공한 기업들의 배경에는 고객의 눈높이에 대응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숨어있다. 한국에서 삼성전자를 제친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은 마당에 이미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는 레인콤의 예는 첨단을 지향하는 젊은 고객의 눈높이에서 개발과 마케팅을 철저히 맞춘 결과로 보인다. MP3의 주수요자인 젊은 층의 최신기술에 대한 갈증과 기호를 상품화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소니의 세계적 명품 플레이스테이션의 기술개발 역시 수요자 지향의 기술개발이다. 구타라기 겐 사장은 임원 대다수가 ‘천하의 소니가 웬 장난감을?’ 할때도 혁신적 3D구현으로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에 대응해 결국 성공을 일궈냈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어떤 방식으로든 출발과 함께 혁신적 기술, 또는 남보다 앞선 마인드로 제품을 들고 나와 강력한 시장의 지지를 얻는다. 현재 난맥상을 보이면서 해법이 안보이는 듯한 경제정책의 방향도 이런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개혁성향의 신기술로 출범한 ‘참여벤처’.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 회사의 기술은 아직까지 시장(기업)의 거센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라는 복병까지 맞닥뜨렸다. 더욱이 신기술과 제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질 않은가.

 참여벤처의 임원진과 기술진들은 기술력에 대한 완성도에 자신이 있는 터라 왜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까 점검에 들어간 상황인 듯 싶다.

 이 상황에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참여벤처는 중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육성’이란 최고의 솔루션으로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반면 단기적으로 효용을 가져다 줄 유연한 경영기술상 묘책은 아직 못찾은 것처럼 보인다.

 ‘국민벤처’시절의 신용카드정책처럼 ‘소부터 잡아먹고 나중에 오리발 내미는’ 정책은 절대 사절이다.

 분명 단기적 효용을 볼 수 있으면서도 외면해 온 정책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우수기술을 가졌더라도 원하는 담보의 100% 지원이 안돼 또 다시 금융기관을 찾도록 하는 사례가 그런 대표적 예일 것이다.

 정부도 벤처다. ‘참여벤처’만은 혁신적 생각으로 시범적으로나마 과감하게 이러한 부분부터 개선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나라, 어느 형태의 정부치고 벤처아닌 정부가 있겠는가.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