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혁명은 계속된다](28)유비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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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3개와 넓은 거실을 가진 32평짜리 아파트. 거실에는 에어컨과 공기 청정기, 대·소형 조명, TV 등의 가전기기들이 놓여 있다. 큰방에는 TV와 오디오, 조명 등이 자리하고 공부방에는 탁상 , 오디오, PC 등이 설치돼 있다.

집 주인이 안방에서 나오면 자동으로 조명이 꺼진다. 센서가 주인의 이동을 인식하기 때문. 거실로 나오자마자 거실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고 에어컨이 들어와 실내 온도를 맞춰준다. 조명도 마찬가지다. 해질 무렵이면 자동으로 커튼이 닫히고 조명이 들어온다. TV 또한 거실 조명에 따라 눈에 피로를 주지 않는 밝기로 자동 조절된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집주인의 성향을 기억하는 TV가 자동으로 꺼진다. 화장실 비데에도 센서가 달려있다. 집주인의 체온 등을 자동으로 체크해 PC로 정보를 보낸다. PC의 건강 기록은 주치의 PC로 다시 전송된다.

유비쿼터스 홈네트워킹은 집주인이 일일이 기계를 조작하지 않아도 과거 데이터를 스스로 정리, 분석해 ‘조용한(calm)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명실상부한 유비쿼터스 공간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의 핵심 분야인 센서 칩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자부품연구원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센터는 최근 유비쿼터스 시대의 핵심 부품인 ‘유비 칩’과 ‘세라믹 칩 안테나’, 그리고 이를 활용한 센서 모듈 등을 개발하고 조만간 민간업체를 통해 상용화에 들어간다.

전자부품연구원의 유비 칩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이른바 지그비칩(ZIGBEE)으로 △868/915㎒ 주파수 대역 주파수발생(RF) 칩 △868/915㎒ 및 2.4㎓대역 변복조(모뎀) 칩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니트(MPU)를 내장한 미디어엑세스콘트롤(MAC)칩 △세라믹 칩 안테나 등이다.

이들 칩의 크기는 각각 12×12㎜, 7×7㎜, 12×12㎜에 불과하다. 미세한 전력으로도 작동 가능해 수천 개 이상의 노드 객체들로 무선센서네트워크를 구성, 언제·어디서나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지능형 홈 네트워크, 빌딩 및 산업 자동화, 텔레매틱스, 전자태그(RFID) 등 각종 유비쿼터스 환경구축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을 위한 이들 부품은 비단 홈네트워킹 뿐 아니라 각종 물류, 원격제어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공간에 활용 가능하다. 실제로 이들 센서의 산업적 적용도 멀지 않아 실현될 전망이다. 저렴한 가격의 센서 칩을 대형 마트나 창고에 들고나는 물건에 부착하는 것이다. 창고나 매장 등 일정 지점을 통과하면 센서 내 칩이 위치 이동을 자동으로 파악, 물건의 이동 상황을 직접 추적할 수 있다. 이로써 실시간 재고관리나 매출관리가 가능해진다.

이들 부품은 텔레매틱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동차 곳곳에 센서 칩을 심어 놓으면 센서 칩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메인 칩에 정보를 전달한다. 타이어, 도어, 오디오, 트렁크, 범퍼, 와이퍼, 의자, 조명 등에 설치된 센서 칩은 대표 센서와 통신하고 이 센서 칩은 메인 시스템과 통신, 차량 내외부의 정보를 수집해 고장이나 이상 징후 등을 알려준다.

만일 이 센서 칩이 더욱 저렴해진다면 모든 도로에 칩을 심고 차량의 센서와 도로의 센서가 통신을 하면서 스스로 운전해주는 공상과학영화와 같은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텔레매틱스와 함께 유비쿼터스 컴포넌트가 사용 가능한 대표적인 분야가 텔레메트리(원격 제어)다. 일반 주택의 가스, 수도 검침 등 당장 상용화 가능한 부분부터 건물 주요 부분에 센서 칩을 설치해 안전 진단을 수시로 받아볼 수 있게 된다.

특히 비싼 인건비로 인해 무인 시스템이 가동돼야 하는 산업에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광활한 농토에 센서를 장착하면 습도, 온도에 따라 물을 뿌리고 농약을 살포하는 작업을 정해진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산속에 위치한 수많은 칩들이 통신을 하면서 산불이 일어나는 곳을 즉시에 파악하거나 교량, 발전소, 댐 등 사람이 수시로 점검하기 어려운 곳에도 칩을 활용해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 같은 유비쿼터스 환경 구현을 위해 전자부품연구원은 유비 칩 등을 기반으로 지능형 공간 융합 센싱 디바이스인 ‘SF-디바이스’도 개발했다. SF-디바이스는 디바이스와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핵심 부품으로 8비트 프로세서와 900㎒대역의 통신 모듈을 탑재, 독립적인 프로세싱이 가능하다. 또 세라믹 안테나를 사용, 부피를 기존 제품의 60% 수준으로 줄이고 3V 짜리 소형 배터리로 1년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전력 소모량도 적다.

전자부품연구원 관계자는 “SF-디바이스는 독립적으로 프로세싱할 수 있어 수많은 장치중 하나가 고장 날 경우 고장 난 장치를 제외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스스로 구성, 새로운 통신망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에 한발 더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자부품연구원은 SF-디바이스를 내달 중 상용화한다는 목표아래 현재 ‘맥스포’라는 회사에 기술을 이전중이며 4분기에는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재 3개 칩으로 개발된 유비 칩도 내년에는 단일 칩으로 만들어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원은 또 오는 10월경 자체 개발한 부품을 활용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연회도 개최,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유비쿼터스컴퓨팅센터 윤명현 박사는 “유비 칩으로 유비쿼터스 환경을 지원하는 단말기 등 완제품 개발이 가능해 선진국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오는 2007년에는 70억 달러의 수입대체와 150억 달러의 수출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터뷰>유준재 전자부품硏 U컴퓨팅연구센터장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이 구현된 사회는 사람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사회입니다. 현재와 같이 단순히 정보를 가공해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만들어 인간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전자부품연구원 유비쿼터스컴퓨팅센터를 이끌고 있는 유준재 센터장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사람의 편의 향상이라고 말한다. 기술과 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유 센터장을 비롯한 전자부품연구원의 연구원들은 조용하고 편리한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부품을 연구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의 특징인 ‘조용한 기술’을 정말로 조용하게 만들고 있는 주역들이다.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현되려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연결해주는 센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유비쿼터스컴퓨팅센터는 소형 무선 센싱 디바이스를 구성하는 반도체, 안테나, 모듈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 센터장 등 연구원들은 초기 제품 개발을 마치고 이미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더 나가, 보다 작고 훨씬 효율적인,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센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유준재 센터장은 이 같은 부품 연구가 이론적인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신한다. 실제로 그는 “국내 기술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센서 모듈을 만들어냄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며 “센서에 사용되는 유비 칩 독자 개발을 통해 오는 2007년까지 적어도 70억 달러 이상의 수입대체와 150달러의 수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 예측에도 불구하고 부품 개발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는 게 유 센터장의 생각이다. 그는 “유비쿼터스 환경은 기존의 기술, 부품, 관련 소프트웨어가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가능해지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너무나 큰 개념만 강조해 부품,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유준재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보다 빨리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부품의 업그레이드 작업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계속돼야 하며 비록 중복투자라 하더라도 국내 환경에 적합한 특화된 부품 개발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