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처럼 생긴 극소형 로봇이 환자의 몸속을 구석구석 탐험하며 아픈 곳을 찾아내고 치료하는 공상과학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몸속을 돌아다니는 극소형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작동에 필요한 전원 공급이 큰 골칫거리다.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나노 크기의 로봇에 전선을 연결해 환자의 몸속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휴대폰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나노 크기로 소형화할 수도 없다. 이 문제는 바이오기술을 이용해 해결될지 모른다. 우리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은 글루코오스(당분)이고 각각의 세포는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글루코오스를 이용해 만든다. 최근 미국 텍사스 대학의 연구팀은 글루코오스를 연료로 사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극소형의 바이오 배터리를 만드는 연구에 성공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몸속에서 독자적인 발전 능력을 가진 로봇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나노 바이오기술이다.
이렇게 자연계나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나노기술로 이용하는 재미있는 분야는 또 있다. 조개나 새우, 게 등 갑각류의 껍질을 이루는 성분으로 우리는 게 껍질처럼 가볍고 튼튼한, 성능 좋은 소재를 만들 수가 없다. 이는 게 껍질을 이루고 있는 복합체의 독특한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구조를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고 이를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성능을 가진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 몸속에는 분자모터라 불리는 키네신이란 물질이 있는데 이 단백질은 생체 물질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단백질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키네신을 이용해 DNA를 대량으로 손쉽게 정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DNA는 원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훌륭한 저장매체로 이러한 연구는 새로운 방식에 의한 정보저장용 소재의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
나노기술은 바이오기술의 혁신을 가져오고 또한 반대로 바이오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나노기술의 개발을 촉진한다.
SF 공상과학영화에서는 촌스럽게 휴대폰을 이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럼 미래의 통신은 어떤 기술을 이용하게 되는 것일까. 초능력을 이용하는 것일까. 아마 미래의 휴대폰은 나노바이오기술을 이용한 초소형의 송수신기가 될 것이고 이를 우리 몸속에 이식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물론 전원의 공급은 우리 몸속에 있는 글루코오스를 이용할 것이고 나노기술을 이용한 망원 카메라가 함께 장착되면 더욱 환상적이다. 마치 초능력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기술을 바이오닉스라고 부르고 있다. 새로이 도전해야 할 복합기술 분야다.
미래를 지배하는 기술은 복합기술이 될 것이고 나노바이오기술은 그 선두에 서 있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특허 분석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4가지 나노기술 분야 중 복합기술 분야인 나노바이오 분야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우리 정부에서도 나노바이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연구비 지원에 나선 것은 크게 고무될 일이라 하겠다. 이웃의 일본정부는 2004년 나노기술분야 7개 연구과제 중 4개의 과제를 나노바이오분야로 선정했으며 이 중 나노의학분야를 최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분야인 S등급으로 선정했다. 일본이 이러한 선정을 하게 된 배경은 국제적 경쟁에서 뒤떨어져 있는 바이오분야의 기술경쟁력 강화와 노인인구의 증대라는 일본의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은 인재양성에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30년 전 이공계로 진학했던 인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발전은 지금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의대와 법대로 진학한 인재를 어떻게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의대를 졸업한 인재를 진료실에만 머물러 있는 의사로서가 아니라 바이오기술을 연구하는 의학자로 양성해 연구와 새로운 산업 창출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과 연구의 결실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노바이오기술은 장래를 내다본 치밀한 인재활용계획과 다학제간 협동연구를 바탕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과학연구센터 권익찬 박사 ikwon@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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