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制가 `EC분쟁 주범`?

올들어 C2C분쟁 3분의1 육박…B2B로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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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제도)’ 제도가 전자상거래 분쟁의 주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에스크로’ 제도를 의무화하기 위한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들의 운영상 허점이 분쟁의 최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KIEC)이 에스크로의 법제화를 앞두고 내놓은 이 집계결과는 예치금반환의 어려움 등의 우려감을 확인시켜 준다. 따라서 과연 법제화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대해 어떤 반응과 대응책을 내놓을지가 또다른 관심거리다.

 14일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이 운영중인 전자상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6월까지 6개월간 접수된 개인간(C2C) 전자상거래 분쟁 중 3분의1 가량이 에스크로제도(매매보호시스템)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크로제도로 인한 분쟁 사례는 대부분 물품 구매자(소비자)가 예치해 놓은 결제대금을 장기간 되돌려받지 못해 일어나는 것으로, ‘보호장치’가 오히려 ‘속 앓이’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항간의 지적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원재 전자상거래분쟁조정위 팀장은 “올들어 전자상거래 분쟁과 관련된 전화상담의 대부분이 에스크로로 인한 사례가 차지하고 있다”며 “에스크로가 의무화될 경우 분쟁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돼 구조적인 대안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확대될 경우 B2B서도 발생 경고=전자상거래분쟁조정위는 올들어 접수된 C2C 전자상거래 분쟁은 총 191건으로 이중 3분의1에 해당하는 63건이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실시하는 에스크로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쟁조정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증가한 수치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에스크로로 인한 분쟁이 전체 분쟁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표 참조

 분쟁 중 대부분이 소비자가 결제대금을 전자상거래업체에 예치한 이후 배달받은 물품에 하자를 발견해 반품한 경우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물품 판매자가 반품된 물품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소비자는 예치한 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직장인 L씨(34)는 “지난달 경매사이트를 통해 중고 PDA를 구매했다가 물건에 이상이 있어 반품했으나 판매자가 거부해 아직까지 예치금을 되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물건도 없고 대금도 못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앞으로 에스크로 제도가 확산될 경우 C2C 거래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분쟁이 기업간(B2B), 기업과 개인(B2C) 거래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스크로 법, 국회통과 유력=이르면 9월부터 전자상거래 업계는 에스크로를 실시하게 된다.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 ‘하프 플라자’ 사건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섰으며 지난 5월 에스크로 제도 의무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등에 있어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공정위 측은 에스크로 제도가 오는 9월 국회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사실상 이제도의 의무화는 기정 사실화된 상태다. 공정위의 법 개정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TV홈쇼핑을 포함한 전자상거래업계가 시장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은 없나=현재 운영 중인 에스크로 제도는 근본적인 구조적 허점이 있어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없어 별도의 분쟁조정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체 매매보호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업체인 옥션 관계자는 “소비자나 물품판매자가 부담해야할 반품 택배비 등을 별도의 ‘조정예산’을 통해 옥션이 대신 지불하는 것 외에 현재 뚜렷한 대안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에스크로 제도를 보완할 수 있도록 분쟁 당사자간 합의를 유도하는 일종의 합의게시판 운영 등 별도의 유도 장치를 운영하는 것을 대안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원재 팀장은 “당사자간 합의를 유도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며 소비자가 구매 전에 명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