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지도가 바뀐다](4)BM이 아니라 PM이다

 삼성 ‘미래 전략그룹’은 최근 자체 내 전자상거래 사업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보고서를 내놨다.

미래 전략그룹은 일종의 내부 컨설팅 조직으로 인원 모두가 유수의 컨설팅업체 경험이 있는 외국인 애널리스트로, 그룹 내 사업 분석과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한 기본 데이터를 제공해 준다.

이 그룹은 최근 삼성의 인터넷 몰 사업을 분석하면서 국내 시장은 2007년까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이 시점까지는 공격 마케팅을 자제하고 철저한 수익 경영에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또 고객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 충성도 높은 회원을 확보하는 게 경쟁력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초기 전자상거래 시장은 ‘비즈니스 모델(BM)’ 경쟁이었다. 거래 방식을 놓고 기업끼리 거래(B2B), 기업·소비자 거래(B2C), 소비자·소비자 거래(C2C), 기업·임직원 거래(B2E) 등 다양한 모델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에 따라 이를 플랫폼으로 일반 쇼핑몰에서 경매·공동구매·소호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거래 방식이 선보였다. 초창기만 해도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상품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거래할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이었다. 보다 세련된 모델, 보다 참신한 모델을 찾기 위한 전자상거래 전문가들의 노력도 눈물겨웠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BM의 의미가 없어졌다. 특정 모델을 고집하기 보다는 돈만 된다면 어떤 모델이라도 도입할 수 있다는 게 대세로 굳어졌다.

7년 넘게 인터넷 몰 사업을 벌여 온 강상훈 하이세일 사장은 "사업자 편의에서의 BM의 구분이지 사실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다는 기본 콘셉은 똑 같다." 라며 "지금 쇼핑몰에서 가장 큰 고민은 새로운 모델 개발이 아니라 지금 나온 모델을 기반으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지 여부" 라고 잘라 말했다.

이 때문에 주요 쇼핑몰은 딱히 어떤 모델이라고 규정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거래 방식을 융합하고 있다.

인터넷 경매로 잘 알려진 옥션은 소비자끼리의 거래(C2C)를 주선하는 ‘마켓 플레이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최근 일반 쇼핑몰 거래와 유사한 고정 가격 거래 방식(B2C)의 비중을 높여 가고 있다. 이어 하반기에는 블로그 형 소호몰 서비스 ‘온라인 상점’을 준비 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옥션의 판매자는 포털의 소호 몰 운영자처럼 자신의 물품을 자유롭게 홍보하고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개인 페이지를 별도로 갖게 된다.

디앤샵도 B2C 개념의 쇼핑몰 서비스와 별도로 B2B2C 형태의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LG이숍·CJ몰·H몰 등 이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춘 쇼핑몰도 B2C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동구매·경매 등 다양한 형태의 거래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LG홈쇼핑 양승환 본부장은 "초기 쇼핑몰 시장 재편이 중소형 몰을 중심으로 한 조정이었다면 지금은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대형 몰 중심의 2단계 구조조정 시기"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언제,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사업의 중심이지, 어떤 모델을 개발하느냐는 중요치않다."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수익만 내면 그만이라는 논리다.

바야흐로 전자상거래 시장도 BM이 아닌 ‘PM(Profit Model)’ 경쟁 시대가 도래했다는 방증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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