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성제 확대, 무선 `찬바람`-유선 `대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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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이동성제 확대, 공정경쟁 자리잡을까?’

 7월부터 2차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제가 시행되면서 KTF 가입자들도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또 시내전화의 번호이동성제 시행 지역에 부산이 추가되며 8월에는 서울을 마지막으로 전국에서 모두 가능해진다.

 이동전화의 번호이동은 그러나 단말기 보조금 지급 등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제 시행에 따른 폐해로 21일 LG텔레콤을 시작으로 KTF, SK텔레콤순으로 9월 말까지 신규 고객 모집이 중단돼 상반기와 달리 다소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내전화는 하나로통신이 비교적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부산과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을 포함한 데다 시외전화·국제전화·인터넷전화(VoIP) 등까지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번호이동성제가 당초 목표대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과다한 마케팅 비용 지출 경쟁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나로통신, KT에 선전 포고=하나로통신은 부산지역 시내전화 번호이동을 시작하는 7월에 시외·국제전화를 패키지화한 상품 판매를 시작한다. 그동안은 초고속인터넷과 시내전화만 묶어 팔았지만 이제는 시외전화·국제전화 서비스를 갖춰 소비자로선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 국제전화 식별번호도 ‘005’로 단순화했다.

 하나로통신은 이번 번호이동성제 확대를 통해 부산지역에서만 총 25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기존 하나로통신의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는 가입자 5만5000명과 KT전화가입자 중 19만5000명을 고객으로 끌어올 생각이다. 지난 5월까지 전국에서 하나로통신 시내전화 가입자가 105만명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다.

 하나로통신은 시내전화 기본료가 KT의 5200원보다 저렴한 4500원인데다,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사용할 경우 기본료가 2000원으로 낮아지는 장점을 집중 부각해 패키지 상품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하나로통신은 이와 관련, 23일 윤창번 사장이 나서 전화사업 전반에 대한 전략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데이콤 역시 인터넷전화(VoIP)를 통해 기업전화 시장에 진출을 준비중이다.

 ◇역(逆) 번호이동 얼마나 움직일까=7월에 2차 번호이동성제가 시작되는 이동전화시장은 21일 LG텔레콤의 영업정지가 시작되면서 다소 냉랭한 분위기다. 지난 13일까지 총 132만명의 고객을 KTF와 LG텔레콤에 뺏긴 SK텔레콤은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되찾아 오고 싶지만 시장점유율을 52.3%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기 어렵다. 더욱이 8월 20일부터는 40일간 영업정지를 맞게 돼 실질적인 집중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게 SK텔레콤측 설명이다.

 SK텔레콤의 가장 큰 고민은 마케팅 비용. 상반기 번호이동 과정에서 단말기 보조금, 리베이트, 각종 제 수수료 등에 쓴 돈 때문에 영업정지까지 맞은 상황에서 똑같은 도구를 쓰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하반기 번호이동성에서는 그 수가 절반 이하로 급감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과연 번호 때문에 SK텔레콤으로 넘어오지 않은 고객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새로운 요금제와 차별화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효과는 어디에?=번호이동성제로 소비자들은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또 그 과정에서 후발업체들은 나름대로 가입자 기반을 넓히는 효과를 얻었다. 하나로통신이 전화사업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을 양보해야만 했던 SK텔레콤과 KT는 “누구를 위한 번호이동성제인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다. 

7월 번호이동성제 확대가 또다시 불법으로 얼룩질 것인지도 관심사다. 불법 과당 경쟁은 소비자가 더욱 질높은 서비스를 누리고 공정경쟁의 틀을 갖춘다는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반기를 고비로 선발사업자에게 준 ‘핸디캡’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뿐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