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특수보조공학 박사학위 취득한 정유선씨

“한국은 특수 보조공학에 대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킬 만한 관심과 지식의 부족으로 연관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적어 아쉽습니다.”

 뇌성마비 장애를 딛고 미국의 명문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여성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특수보조공학박사 학위를 딴 정유선씨(34)는 “이번에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린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국내 보조공학의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정씨는 “일단 한국에서 보조공학이 활성화되려면 사회적 인식과 법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라며 “장애인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여건을 조성하는 데 보조공학의 역할이 매우 크며 장애인 복지관련법에 보조공학에 대한 명목을 추가해 법적으로 보장하려는 노력도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내에서 처음 열린 보조기기 전시회를 둘러본 정씨는 “한국과 미국의 보조기기 관련 학회 전시회를 비교할 때 아직 기초 단계에 불과하지만 일단, 한국도 보조기기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전문가 배출, 보조기기 연구개발의 정부지원 등이 어우러진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미국에서 컴퓨터과학으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면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보조공학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그는 ‘장애인들의 인터넷 활용’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내달부터 모교에서 시작하는 강의 주제도 ‘인터넷도 잘만 활용하면 보조공학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번 고국 방문에서도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보조공학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장애 아동과 부모를 대상으로 보조공학에 대한 기초 이론을 전달하고 실제 보조기기를 시연하면서 보조공학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직접 몸으로 보여줬다.

 오는 26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그는 “모교인 조지메이슨 대학 내에 있는 ‘헬렌 켈러 인간 장애 연구소’에서 일을 계속 할 예정”이라며 “보조공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겠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사진=고상태기자 stk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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