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재계 총수의 간담회가 이번 주 삼성 이건희 회장을 마지막으로 모두 끝났다. 지난 달 27일 LG 구본무 회장을 시작으로 SK 최태원 회장, 현대 정몽구 회장에 이어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산업계를 대표하는 총수가 모처럼 강 위원장과 한 자리에서 만났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내수 시장에 찬바람에 쌩쌩 부는 상황에서 대표 규제 기관인 공정위와 국내 산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총수의 첫 만남이라는 면에서 이번 간담회는 정부와 산업계 모두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보름 정도의 짧은 기간이고 간담회 내용도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되었지만 이번 간담회를 놓고 다양한 견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정위와 재계 사이의 견해를 좁혔다는 입장에서 ‘재벌 길들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간담회 내용을 놓고도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강 위원장의 고압적인 자세와 ‘고양이 앞에 쥐’ 꼴의 다소 비굴한 총수들의 모습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공정위는 ‘수평적인’ 대화 테이블이라고 강조했지만 아직도 관이 기업 위에 서려는 ‘수직적’ 정서가 강하다며 기업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이번 회담이 얼마만큼 성과가 있는 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공정위가 이번 자리를 마련한 목적인 시장 개혁이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얼마나 탄력을 받을 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기업이 정부를 믿고 개혁 과제에 동참할지도 지켜 봐야 한다.
모든 게 오리무중처럼 명확한 게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성과는 있었다. 그건 바로 대화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정부도 그렇고 산업계도 그렇고 우리 경제를 보다 선진화하고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목적을 같이하고 있다. 방법과 우선 순위만 다를 뿐이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막힘없는 커뮤니케이션 뿐이다. 이번 간담회가 이를 위한 주춧돌이 된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간담회 말미에 강 위원장에게 "대화가 있으면 오해의 80%는 풀린 것"이라고 조크했다고 한다. 그만큼 정부와 산업계 사이에 오해는 많았고 대화는 없었다는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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