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 불황에도 조립PC의 판매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메이커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조립PC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로 여기에는 조립PC가 일반 메이커에 비해 업그레드가 손쉽다는 점도 한 몫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조립PC 업체 내부의 이미지 개선 노력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취약한 애프터서비스 체계를 보완했으며 불법 소프트웨어를 취급하지 않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조립PC는 98년∼2000년 사이에 가장 잘 나가는 인기 제품이었다. 가격은 메이커 제품의 30∼40% 정도지만 성능은 메이커와 별 반 차이가 없어 PC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용산과 테크노마트 등을 먼저 방문하는 게 당연한 구매 코스였다. 당시 개인용은 물론 회사에서 사용하는 PC까지 합하면, 하루에 한 매장에서 최고 10여 대까지 팔리는 등 전성기를 구사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봄부터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조립 PC는 사양일로를 걷게 됐다. 당시 불법SW 사용으로 2000만∼3000만 원 되는 벌금을 물거나 구속되는 상인까지도 나왔다. 또 비용을 줄이려 조립PC를 선택했던 회사 조차 ‘불법SW를 썼다가 걸리면 오히려 큰 손해’란 인식이 확산되며 현주나 주연테크 등 중저가 제품을 구입하거나 삼성· LG· 삼보 등 아예 제조업체의 PC를 구입하면서 조립 제품의 판매는 뚝 떨어졌다. PC불황과 맞물려 올 초만 해도 이틀에 겨우 한 대 꼴로 판매돼 아예 조립 매장을 접고 소모품 혹은 주변기기 등으로 판매 품목을 바꾸는 경우도 속출했다. 98년 당시 200여 개가 넘던 조립PC 매장은 올 들어 절반 이하로 눈에 띄게 줄었다.
당시만 해도 누구나 조립PC시대는 끝났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한 번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다행히 자체적인 노력에 의해 주춤했던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모처럼 탄력을 받은 조립PC 판매가 본궤도에 올라 PC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경기 불황으로 바짝 움츠린 용산과 테크노마트 상인에게도 힘을 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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