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ITU텔레콤아시아2004]대회를 이끄는 사람들

‘부산ITU’를 앞두고 지역내 유력 인사들이 똘똘 뭉쳤다. 목표는 하나. 성공적인 대회를 치러내자는 것.

 ‘부산ITU’를 기획해내는 조직위원회는 물론 부산내 관련 업계와 지원기관이 의기투합한 이번 대회는 역대 가장 성공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에서 이끄는 사람들을 살펴본다.

 ◇양승택 ‘ITU텔레콤 아시아 2004’ 조직위원장

 양승택 조직위원장(65)은 ‘부산ITU’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부산ITU 전도사’인 셈이다. 학자풍 외모에 눌변인 그는 그러나, ‘ITU’ 얘기만 나오면 달변의 CEO로 돌변한다. 조직위원회 이사회에서 ‘정보통신분야 아시안게임’이라는 사회자의 사소한(?) 실수를 지적해 ‘정보통신 분야 올림픽’이라는 정정을 받아낸 일화는 그만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런 양 위원장이 “현재의 조직위 준비상황은 100%”라고 자신한다. ‘텔레콤월드 2006’이 홍콩에서 열리게 되는 등 주변 상황들도 양 위원장과 ‘부산ITU’에 이롭게 작용하고 있다. 그가 중국 업체들의 참여를 전제로 홍콩 개최를 지지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례로 이번 ‘부산ITU’에는 중국 업체들의 다수 참여가 예상된다.

 양 위원장은 “현단계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더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단축마라톤 등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업체들의 한층 더 적극적인 참여 마인드를 촉구했다.

 ◇김규철 부산정보기술협회(PIPA) 회장

 “부산 특유의 색깔을 보여주겠다”는 김규철 PIPA회장(52)은 ‘부산ITU’가 부산 IT업체들에 천재일우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참가해 부산 IT 수준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PIPA는 부산지역 100여개 IT회사가 가입해 있는 민간단체. 업체들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그 중심에 김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IT 부문이 지나칠 정도로 중앙에 집중돼 있어 서글프다”면서도 “부산이 오프라인에서 강세를 갖고 있는 분야를 위주로 부산 사나이들의 ‘기(技)’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일반 IT분야 외에 항만 물류와 맞물린 통신분야나 조선IT 분야 업체들이 대거 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부산관이 운영될 예정인 만큼 “40개 부스는 PIPA 회원사들이 앞장 서서 ‘부산 내음’이 물씬 풍기도록 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 부산의 IT경기는 더 가라앉아 있고 전망도 불투명해 힘들지만 “이번 ‘부산ITU’를 계기로 이 같은 암울함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세계 50개국, 500여개 업체들의 참여하는 이번 행사가 부산 IT업계에 수 많은 교훈을 던져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행사에 대해 “선진 IT를 접함으로써 지역 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이번 행사가 업체들의 기술개발과 해외진출 욕구를 불러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장세탁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

 부산 IT업계의 든든한 축인 진흥원의 장세탁 원장(55)은 부산의 IT 발전이 이번 ITU 행사에 달려 있다는 심정으로 지역내 IT업체들의 행사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정부와 부산IT업계의 징검다리 역할을 마다않고 있다. 부산 IT업체들이 다른 지역 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전시회에 참여하게 된 데에는 그의 힘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이 아시아 IT산업 발전의 중심이 되는 ‘IT 허브’ 도시를 목표로 새로운 IT기술 및 서비스가 개발되고 선도적으로 보급되는 IT산업 혁신의 중심지(Innovative Hub), 정보통신망·트래픽 및 콘텐츠가 집중되는 정보의 생산·유통·소비의 중심지(Digital Hub), IT분야의 새로운 아시아국제질서 형성을 주도하는 IT교류협력의 중심지(Leading Hub)로 우뚝 서야 한다”는 게 그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장 원장은 ‘부산ITU’는 이 같은 목표로 가는 디딤돌이 되기에 충분하고 따라서 대회를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해수 부산전시·컨벤션센터 사장

 수수한 유니폼 차림으로 벡스코를 돌아보는 정해수 사장은 가슴이 벅차다. ITU와 APEC 같은 대규모 회의를 모두 부산에서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행사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 사장은 “월드컵 본선 조추첨행사에서부터 ITU, APEC회의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메가이벤트 유치라는 성공신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실제 ‘부산ITU’ 행사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회장인 벡스코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꼼꼼하게 벡스코를 돌아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일과가 됐다.

 벡스코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467건의 행사를 개최했으며 개장 2년 7개월만에 가동률 46%, 관람객 570만명을 돌파했고 총수입 154억원, 당기순이익 3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그는 “개장 3년여만에 흑자를 기록, 세계 전시컨벤션업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평가받았다”면서 “부산ITU는 이 같은 벡스코의 명성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조직위 사람들의 하루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2동 1291번지에 위치한 벡스코(BEXCO)는 지난 1월말부터 전시회가 없는 기간에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주범은 2층에 자리잡은 ‘ITU텔레콤아시아 2004’ 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실이다. 25명의 사람들이 모두 출근하는 아침 9시부터 사무실에서는 토론이 그치지 않는다. 더 나은 대회를 치르기 위한 진통인 동시에 조직이 그만큼 활기에 차 있다는 얘기다.

 그다지 넓지 않은 사무실에는 책상과 그 위에 PC, 전화, 각종 서류들이 쌓여 있다. 서류와 사무기기 틈을 비집고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 같은 형국이다.

 시청 파견 공무원 15명과 정통부 2명, 벡스코 2명, 일반 채용직 6명로 구성돼 있다. 이질적인 집단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의견조율이 끝나면 대회기획, 대회지원, 시설지원 등 3개 팀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마치 톱니바퀴같이 움직인다.

 구체적으로는 대회기획팀이 △기관운영 △재정운영 △민간협찬 △의전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대회지원팀은 △국제업무 △홍보관리 △숙박·관광관리 △인력관리 △교통대책을, 시설지원팀이 △물자관리 △교통·수송 △시설운영 △안전관리 등을 맡는다.

 문제는 역시 인력이다. 지금도 인원부족을 느낄 정도로 숨가쁘지만 ‘D데이’가 다가올수록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은 직원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5만명을 넘어서는 일반 관람객에다 각국 정상과 핵심 인사들이 참여하는 초대규모 행사의 홍보, 재정, 협찬, 교통·수송, 물자·시설 운영, 안전, 의전이 서서히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위사무국을 총괄하는 책임자는 당연히 양승택 조직위원장(65)이다. 그러나 양 위원장의 자리는 항상 비어있다. 벡스코 건물에서도 그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동명정보대학교 총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안 그래도 바쁜 인사로 유명한 데 지난 2002년 10월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이래 더 많은 시간을 국내에서보다는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 ‘부산ITU 전도사’를 자임하며 1년 이상을 아시아·아프리카 등지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무국 업무는 배수태 사무처장(55)이 맡는다. 지난 1월 조직위 출범과 함께 사무국에 합류한 배 처장은 과거 부산시 정보통신담당관을 역임한 경력을 충분히 활용해 대회준비 및 운영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APEC은 부산시청 공무원 전체가 달라붙었는데 ITU는 그 6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조직위 직원들의 불만을 특유의 온화함으로 달래 가며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실무는 윤종석 대회기획팀장(50)의 몫이다. 행사유치에 따른 전 과정을 근거리에서 지켜본 그는 조직위의 ‘브레인’ 역할을 맡아 ‘알파에서부터 오메가’까지 챙긴다. 이사회의 의사록 토씨조차 세밀하게 수정하는 그는 추진력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주변으로부터 받고 있다.

 <부산=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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