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는 그대로 쓰는데 휴대폰은 왜 바꿔야 하나.”
미국 소비자들이 번호이동성을 방해하는 거대 이동통신업체들의 횡포에 조직적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C넷은 8일 캘리포니아의 한 소비자단체가 휴대폰 단말기에 잠금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번호이동성을 방해한 혐의로 AT&T와이어리스와 싱귤러 와이어리스, T-모바일, 3개 이통사를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비영리 소비자보호단체인 FTCR는 LA 고등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이들 통신회사가 휴대폰 단말기에 번호이동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내장해 경쟁사 네트워크 접속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FTCR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휴대폰 기종 대부분이 칩교체를 통해 타 회사 단말기로 전용이 가능한데도 이통업체들의 교묘한 방해 때문에 고객이 번호이동을 신청하려면 비싼 단말기를 다시 구입하는 피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이동통신 업체들이 초기 가입자들에게 장기계약을 조건으로 무료 혹은 저렴한 값에 공급하는 단말기는 계약기간내 다른 서비스 업체로 바꿀 때 사용할 수 없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법률회사 와이스앤 유어스의 한 변호사는 “같은 전화번호를 유지한다면 단말기도 그대로 써야 한다”면서 소비자들이 번호이동의 혜택을 누리려면 향후 잠금 소프트웨어가 해제된 단말기만 유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신회사들은 번호이동성에 이어 ‘단말기 이동성’까지 지원하려면 회사마다 각기 다른 주파수 대역과 통신방식 등 수많은 기술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들은 이통사업자들이 내세우는 기술적 문제는 단지 구실일뿐 속내는 고객이탈을 방지하려는 것이라며 법정소송을 통해 압박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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