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KT·삼성전자 3사가 이번에 IP망에 기반한 ACAP(Advanced Common Application Platform) 방식의 세계 첫 데이터방송서비스에 들어가기로 합의함에 따라 명실상부한 데이터방송시대에 들어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MHP방식의 데이터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며, 나아가 케이블TV업체들도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에 걸쳐 데이터방송을 시작할 태세다. KBS·KT·삼성전자 등 3사는 우선 100대∼200대 정도의 양방향셋톱박스를 가입자에게 나눠주고 이를 통해 데이터방송 시험에 나설 방침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시험방송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공중파 망을 통해 데이터방송이 쏘아지고 양방향셋톱만 있으면 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데이터방송의 시작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KBS, 데이터방송 전기 마련=KBS는 지금까지 DASE방식의 데이터방송을 준비했으나 정작 DASE를 내세웠던 미국측이 ACAP으로 표준을 바꿈에 따라, 내부적으로 ACAP 데이터방송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지난 4월에는 미국 현지에서 삼성전자, LG전자, 에어코드 등과 함께 세계 최초로 ACAP 데이터방송 시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KBS의 양홍준 차장은 “ACAP 데이터방송을 위한 기술적 준비는 내부적으로 모두 끝났다”고 단언했다. KBS의 김한태 감독은 “KBS 별관에 아직 DASE 헤드앤드장비가 있지만 이 자리를 ACAP 헤드앤드 장비가 차지할 것이며 장비 개발은 이미 마무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EBS와 MBC가 ACAP 데이터방송에 나설 계획이어서 국내 지상파 데이터방송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달말 데이터방송이 시작되는 방송 프로그램은 KBS의 ‘여기는 TV정보센터(T-커머스)’ ‘부부클리닉(T-폴)’ ‘개그콘서트(T-모바일)’과 EBS의 ‘방귀대장 뿡뿡이(T-폴)’ 등이다.
◇KT, 홈네트워크로 영역 확장=KT가 내세우는 홈네트워크 전략내 방송이 들어오는 영역 확장을 의미한다. KT는 홈네트워크 전략의 중심에 IP셋톱을 두고 이를 바탕으로 VOD서비스 등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측면에서 방송만한 킬러가 없다는 점에서 KT의 전략이 힘을 얻게 됐다. KT의 김주성 과장은 “방송·통신 융합의 실체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냐”며 “컨버전스를 이뤄냈다는 측면에서 KT가 방송쪽을 홈네트워크에 끌어안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KT의 이경석 과장은 “리턴채널을 제공하는 KT의 매가패스가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앞으로 방통융합 시대 새로운 수익모델을 방송사, 홈쇼핑업체들과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잇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다 홈네트워크 사업을 놓고 SK텔레콤과 경쟁 구도를 가져가는 상황에서 방송·통신 융합은 KT가 한 발 앞서 시장을 선도하는 틀을 잡았다고 KT측은 자평했다.
◇삼성전자, 데이터방송용 셋톱 시장 선점=삼성전자는 향후 대두될 새로운 시장인 데이터방송용 셋톱 시장을 선점하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CAP과 OCAP(케이블방송 데이터방송 전송방식) 미들웨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시범 사업에 100여대를 제공함에 따라 한 발 앞서 이 시장에 진입하는 셈이다.
초기 양방향방송 셋톱박스는 별도의 형태를 가겠지만 향후에는 IP셋톱과 양방향방송셋톱이 통합되는 형태나 양방향방송셋톱을 아예 디지털TV에 내장시키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삼성전자측으로서도 이번 ACAP 데이터방송 참여를 계기로 앞으로 예상되는 모든 형태의 사업모델서 한 발 앞서 도전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향후 ACAP 데이터방송을 시작할 경우 이 시장서도 다른 해외 업체들에 앞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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