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은 고 이병철 회장 시절, 신입사원 채용 때 관상쟁이까지 두었다고 한다. 관상이 당락의 큰 위치를 차지했다. 학벌파괴, 실력 우선의 시대에 어찌 보면 코미디 같은 얘기다. 하지만 사람을 선발하는데 얼마나 신중했는가를 보여주는 예로서는 가히 본받을 만 하다. 오늘날 삼성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IT기업으로 탄생한 것도 그 같은 인재선발이 기초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을 선발하는 데에는 기준이 있다. 나이, 학력, 해외여행 결격사유 등 조직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을 그어 놓는다. 그 중에서 실력을 평가하고 됨됨이를 본다. ‘최소한의 선’은 선발의 편의도 있겠지만 조직에 대한 위상을 고려하기도 한다. 기준에 올라서야 그나마 인재선발의 실패를 줄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8개 소위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임기가 오는 14일 만료된다. 새로운 위원 구성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그동안 업계와의 대립, 갈등으로 번졌던 온라인게임분과 소위원회의 인사에 쏠린 관심은 예사롭지 않다. 심의기준에 반발하고 업계가 집단행동을 보였던 것이 얼마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영등위가 업계와 대립각을 이룬 것은 심의의 기준의 불명확성과 그로 인한 심의위원들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뒤늦게 심의기준을 마련하려고 공청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한번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그리 쉽고 빠르게 되는 일은 아니다. 규제의 주체가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그 규제의 위엄은 없다. 설사 받아들인다 해도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가슴 한 켠의 응어리는 풀어낼 수 없다. 가장 빠른 신뢰회복의 방법이라면 규제의 주체나 사람이 바뀌는 일이다.
심의에도 기준이 필요하고 다가올 인선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영등위가 ‘기준싸움’으로 업계와 마찰을 빚어왔다면 이번 인선에 확실한 기준을 보여주어야 한다. 업계를 상대로 하는 기관에서 업계로부터 지나치게 욕을 먹는다든지, 기피인물이 선발되면 기준의 공정성이 또 도마위에 오른다. 더 이상 구설수에 오르내리지 않는 조직, 대립의 대상이 되지 않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과 각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사람으로 인한 오해는 사지 않는 것이 좋다. 참외밭에선 신발끈을 동여매는 것이 아니다.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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