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정책에 자주 사용되는 용어 중 하나가 클러스터다.
지난 정부에서 벤처육성에 정책의 중심을 둔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정부에서는 클러스터에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다.
클러스터에서 중소·벤처 기업의 위치 및 역할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이 기존 대기업과 일부 국책연구소 중심으로 실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제품의 품질, 생산성을 좌우하는 중소·벤처기업의 소외가 클러스터 정책에도 그대로 전사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클러스터는 분명히 핵심요소별 역할분담과 상호연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이 제 역할을 담당해야 클러스터가 완성될 수 있다. 따라서 신성장동력산업 육성과는 분명히 차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클러스터에서 전문 공급자인 중소·벤처기업은 비전제시자인 대학과 연구소에 자금 및 정보를 지원하고 원천기술과 인재를 공급받는다. 또 시스템 통합자인 대기업과는 부품 및 요소기술을 제공하고, 제품 수요를 받는다. 이러한 클러스터 요소별로 역할분담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이번 정부에서 클러스터 정책에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산학연 연계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춰 대학들도 산학 협력단을 설치하고 기업과의 공동연구 등 기업과의 연계를 위해 발빠르게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 산학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대학과 지역 기업과의 연계를 위해 대학 전체가 움직이고 있어 지역 기술혁신 주체로서의 가능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산학연 연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과거에도 수없이 강조돼 왔다. 80년대 유명 대학내에 대기업 연구소들이 산학 연계를 하다가 결과를 못 얻어 대기업별로 별도 대규모 연구소들을 만들었다. 중소기업들도 정부의 각종 과제를 대학 및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했다.그러나 산학 연계가 기대에 못 미쳐 대부분 기업에서는 산학 연계를 반기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CEO 대다수는 사업 초기 계획서와 비교해 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결과물이 생산에 응용되지 못하고 사장돼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산학 연계 프로그램이 없어서가 아니라 구성체들이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판단된다.
클러스터가 성공적인 결과물을 낳기 위해서는 대학 및 연구소에서는 원천기술과 인재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본다. 기업에 줄 수 있는 특화된 기술을 도출하고, 시설과 장비를 집적시키고 전문화된 인력을 활용해야 한 분야에서라도 기업보다 앞서서 비전제시자로서 면모를 갖출 수 있다.이러한 역할을 위해서는 산학 협력단이 각 대학에 설치돼 있으므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기업 요구에 맞춰 편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학 협력단은 별도 법인이며 수익사업이 있어야 하므로 진정한 산학 연계에서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수요자인 기업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수익구조를 달성하지 못해 재단 재정이 열악해지고 산학 협력단은 구호에만 그친 또 하나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도 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고 기업이 필요한 핵심기술 사양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충분히 협조한 후 결과를 요구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은 열악한 경영 구조에서도 대학 및 연구소에 투자하기 때문에 더욱더 산학연 연계에 의한 결과가 기업 성패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클러스터 내에서 전문 공급자인 중소·벤처기업은 산학연의 중심이 돼야 한다. 대학 및 연구소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역할을 하며 정부는 행·재정적 지원을 기업 중심으로 집중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이 국가의 경제적 기반이며 미래란 구호가 이번 클러스터 정책에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어 2만달러 시대를 넘어 3만달러 시대를 여는 핵심 동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 현동훈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hdh@kp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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