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보기술(IT) 교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한 통신협정이 빠른 시일내 체결돼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또 남북한이 공동으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빠른 시일내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은 지난 24일 전경련 경제인클럽에서 전자신문 주관으로 ‘통일을 향한 남북IT교류 협력방향’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이날 박찬모 통일IT포럼 회장은 ‘남북IT교류 협력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했으며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강인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통신북한연구센터 소장, 전민주 KT남북협력담당 상무,천방훈 삼성전자 상무 등이 패널로 참석해 IT교류 협력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자들은 남북한 관계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면서 IT 상호 교류도 재점화할 시기라는 점에 공감을 표시하고,남한 중심의 정보 교류보다는 북한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민간차원의 정보교류 활성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IT교류 활성화를 위한 선결과제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남북한간 원활한 통신체제를 꼽았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은 수년간 남북 협력 사업을 벌이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IT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참여와 관심의 폭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2년 이른바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발 수준에 그치던 소프트웨어 상용화도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으며, 각 기관들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학계나 산업계의 연결 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유 회장은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면 돈을 벌어야 하는 만큼 수익모델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또 그는 훈넷 사태 이후 분위기가 IT교류의 발목을 잡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민간 포럼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인수 정보통신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남북IT협력을 경제교류의 틀 속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앞서가는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한이 같이 전진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최근들어 기초과학은 발전했지만 이것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응용하는데 무관심했던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남북한 IT교류 활성화 가능성을 점쳤다. 최근 한 중소기업이 북한과 인터넷 모바일 게임을 공동 개발하며 메신저를 사용해 교류한 적이 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는 결국 북한도 경제교류협력 차원에서 자신들에게 이득이 있다고 판단되면 외부와도 인터넷을 쓸 의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들이 북한에 대한 동포애적 지원과 수익성을 갖춰야 하는 사업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가지를 혼동해 진행하다보면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과 상업 목적은 별도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이 오프라인 모델이라면 이제 온라인 모델을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에 콜센터를 설치해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을 맺었다.
전민주 KT남북협력담당 상무는 남북한 통신 협정을 빨리 체결하는 것이 남북한 교류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현재 남북한 통신망이 운용되고 있지만 독일이 90년대 통일 이전까지 활발하게 정보통신 교류를 한 것에 비하면 너무 적다는 것. 서독과 동독의 통신협정이 76년 협정 체결된 이후 1800개 회선, 연간 5000만통의 전화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천방훈 삼성전자 상무도 통신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극 지지했다. 천 상무는 2000년부터 북한과 공동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통신부문의 단절 때문에 상호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북한 개발 인력과의 교류 경험을 살려 북한 인력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북한 인력이 의외로 인터넷이 개방돼 있지 않아 최신 정보에 차단되어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보다 개방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들은 남북한 IT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비전제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용어 통일문제, 교육 문제 등 북한이 필요로 하는 작은 사업부터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 통일IT포럼 박찬모 회장 특별강연
남북 IT 교류·협력 현황과 전망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교류가 활발하다.특히 남북 모두가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IT분야의 교류와 협력이 급진전되고 있다.남한의 장점인 자본·하드웨어·상용화기술과 북한의 장점인 우수인력·소프트웨어·기반 기술을 이용해 상호 윈윈하는 전략하에서 IT교류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IT 역사는 1984년 김일성 주석이 유럽 순방 이후 IT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시작됐다. 1988년 과학기술 발전 3개년 계획을 수립하며 정보산업 분야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북한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투자에 집중해왔다.
북한과 남한이 IT교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이 허용되는 등 북한의 변화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물론 이전에도 일부 대학 등을 중심으로 민간차원에서 교류가 이뤄졌지만 2000년대 이후 학계와 업계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북한의 개방적인 태도 변화 때문이다.
2000년 3월부터 삼성전자와 북한의 KCC가 통일워드, 게임, 모바일, 리눅스 등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또 하나로통신이 삼천리총회사와 3차원 애니메이션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포항공대를 비롯 일부 학계에서도 북한의 PIC 등과 공동연구 및 인력 양성에 협력하고 있다. 통일 IT포럼에서도 IT관련 기술 서적을 제공하는 등 민간 교류는 꾸준히 진행돼왔다.
앞으로 남북 협력추진분야로 단기적으로는 애니메이션, 디지털만화, 가상현실, 용어 표준화 등이 꼽힌다.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 인프라구축, 교원양성 프로그램 등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또 표준화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국제프로젝트도 공동 수행하는 데 상호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민간 차원의 남북 공동 IT교류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단기, 중장기 및 장기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치나 외부 상황에 직접적으로 영향받지 않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남북교류, 협력 증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북이 원활한 협력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은 △신뢰구축 △인내심 △바세나르 협약 등 저해규정이나 법률의 재정비 △남한 기업의 투자개념 △수익모델 창출이라는 윈윈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본, 중국, 미국 등 재외동포와의 협력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이모저모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찬모 총장을 비롯해 모든 패널들이 북한을 수차례 이상 방문한 경험을 갖고 있어 눈길. 이들은 모두 IT교류 협력 활성화 방안을 얘기하면서 자신들의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토론을 벌여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모든 토론자들이 남북교류 사업을 벌이며 남북한간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얘기해 남북한 통신협정 체결의 중요성을 느끼게 했다.
○…통일IT포럼은 토론회에 이어 총회를 개최하고 제 2대 회장으로 이주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을 선출했다. 포럼은 이날 총회에서 통일과 IT에 대한 업계 관심을 확산하기 위해 개인 회원 뿐만 아니라 기업회원을 새로 받기로 하는 등 정관개정도 마쳤다.이 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그동안 잠시 주춤했던 IT교류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남북 IT교류 협력 학술대회 개최 △포럼의 사단법인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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