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탓이오" 네티즌·업체 법정다툼

네티즌과 콘텐츠 업계와의 숨바꼭질식 법적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업체들이 돈을 내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프리서버 개설자에게 형사소송을 거는가 하면 P2P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해 영화, 음악 등을 교류한 네티즌도 소송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불특정 네티즌이 게임업체를 고발하는 등의 초유의 사태도 벌어질 전망이다. 네티즌과 업체 사이에 소송을 통한 미묘한 갈등의 흐름은 이제 시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네티즌-기업간 소송 봇물=네티즌과 콘텐츠 업체와의 소송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온라인게임업체 웹젠(대표 김남주)은 최근 모 PC방 업주를 형사고발했다. 이 회사가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뮤’의 프리서버를 개설, 프로그램 저작권법을 침해했다는 것. 그리비티 역시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프리서버를 운용했던 7명을 고발했으며 서울 중앙지방법원 형사부는 7명 전원에게 벌급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법률사무소 동녘이 인터넷상에서 ‘킬빌2’ ‘주온2’ 등 불법 동영상을 공유한 2000여명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음악 공유 서비스인 ‘소리바다’ 이용자 50명을 고소했다. 반면 네티즌이 온라인게임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인 사례도 있다. 온라인소비자연대(http://www.antinc.co.kr)는 최근 엔씨소프트에 내용증명을 보내 “‘리니지2’ 서버다운으로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오는 28일 이후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매출급감이냐, 사용자 권리냐=콘텐츠 업계가 네티즌을 상대로 고소하는 경우는 대부분 저작권 침해가 그 이유다. 음반업계의 경우 MP3 파일 공유로 음악CD가 제대로 팔리지 않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온라인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는 아니지만, 중국에서 불법복제가 성행하면서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는 동시접속자수가 14만명에서 7만명으로, 웹젠의 ‘뮤’는 25만명에서 15만명 수준으로 각각 떨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소송은 또 무분별한 저작권침해를 차단하기 위한 경고 성격도 짙다. 웹젠 관계자는 “국내에서 프리서버 수준은 미약하지만, 중국처럼 급속도로 퍼지기 전에 시범 케이스로서 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면 네티즌이 업체에 소송을 내는 경우는 돈을 낸 만큼 권리를 달라는 입장이다. 온라인소비자연대는 “‘리니지2’가 지난해 10월 유료 서비스 이후 수시로 서버 다운과 오류를 일으켰으며 회사 측이 실명확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생기는 아이템 사기 등이 난무한다”며 “약관에도 회원의 의견이 반영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제조물책임법(PL법)까지 거들먹거리면서 게임 내 생기는 각종 사기와 피해는 제조회사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미비한 의식과 법이 문제=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인터넷 세상은 말 그대로 가상사회의 효과를 지니지만, 네티즌 의식은 미비하고 적절한 규범도 정립돼 있지 않아 혼란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화관광부 저작권과 임원선 과장은 “기술 발달에 비해 법과 의식이 못따라 가는게 문제”라면서 “무리하게 저작권을 보호하다보면 건전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기술 발전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와 사용자권리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절묘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비티의 임혁 고객지원팀장은 “소송을 통해 불법 프리서버가 명백한 저작권 침해임을 알려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