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위반 네티즌에 대한 법적 대응방식 파문 확산

[사진]한 법률사무소가 P2P서비스 방식으로 불법 동영상을 공유한 네티즌에 대한 법적대응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이번에 불법 공유로 문제가 된 영화 `킬빌2`와 `주온2`

최근 한 법률사무소가 인터넷상에서 불법 동영상을 공유한 2000여명에 대해 법적대응에 나서자, 네티즌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집단 대응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네티즌은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법률사무소가 사전경고도 없이 무리한 제재를 가한 데 이어 합의종용까지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사무소 측은 이달 중 법적 대응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가 인터넷상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지 네티즌의 감정적인 부분만 건드려 오히려 역효과만 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발단은 법률사무소 동녘이 가수 백지영의 뮤직비디오와 영화 ‘킬빌2’ ‘주온2’를 P2P 서비스를 통해 공유해온 네티즌에 대해 법적 대응한 것에서 비롯됐다. 화근은 동녘 측이 ‘파일구리’ 등 7개의 P2P 서비스 이용자 2000여명에게 “저작권 침해 증거자료를 확보했으며 조만간 고소하겠다”면서도 “고소 전 합의의 기회를 주겠다”고 보낸 회유성의 쪽지였다. 합의조건은 자필 반성문과 10만원에서 50만원에 이르는 합의금이다. 네티즌은 즉각 다음카페에 ‘동녘탄핵모임(http://cafe.daum.net/p2powner)’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동녘이 △불법 파일 공유에 대해 충분한 사전경고를 주지도 않고 곧바로 제재에 들어갔고 △파일을 보유하고 있는 스크린샷만으로 저작권법 침해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만간 법적 고소=파문이 일자, 동녘 측은 합의종용 쪽지 발송을 중단하고 이달 중 본격적인 법적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고소가 진행되면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법적조치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음악 공유전문 P2P 서비스인 소리바다 이용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고소사건이 지금까지도 검찰조사단계에 머무르고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회원들이 잇따라 법적조치가 이뤄지기 전 P2P 사이트를 탈퇴하고 있어 개인정보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P2P 서비스 업체들의 책임=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불법 콘텐츠 공유를 사실상 묵인해온 P2P 서비스 업체들의 태도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평상시에 ‘불법영상을 공유하면 저작권 침해로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 하나 게시해 놓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 했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콘텐츠의 지적재산권관리를 대행해온 IPS 측은 “지난달 18일부터 불법복제 영상이 돌기 시작한 ‘킬빌2’의 경우 대다수 P2P 사이트에 공문을 보내 24시간 내에 저작권 침해행위를 금지하는 공지를 띄울 것을 요청했지만 모든 사이트가 공지를 띄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각심’ 계기로 삼아야=외관상 이번 파문에 대해 동녘 측이 진행해온 법적 절차를 문제삼는 사람은 없다. 현행 저작권법상 침해행위 적발 전 사전경고에 대한 의무조항이 없는 데다 P2P의 특성상 접속하는 순간 자신의 파일을 타인에게 배포하는 결과로 나타나 법률조치를 취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관계자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에 서서히 곪아오던 상처가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녘탄핵모임’회원들도 “공유가 타당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무얼 잘못하는 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범법자로 몰리는 것은 당황스럽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합의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사태 재발 가능성 때문에 대타협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2000여명의 대상자 가운데 100여명이 동녘 측과 합의한 상태다.

 한국영상협회의 박영삼 회장(스펙트럼DVD)은 “많은 돈을 투자해 영화를 수입해도 바로 다음날 인터넷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는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계도와 단속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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