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이남에서 이 정도 제품을 갖춰놓기 쉽지 않습니다.”
굳이 이종천 사장(42)의 설명이 아니어도 부산컴퓨터도매상가 1층의 LCD TV전문점 미라클에는 웬만한 LCD TV모델이 구비돼 있었다. 10평 남짓한 점포 앞쪽에는 브랜드 별 가격과 크기에 맞춘 제품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고 뒷쪽에는 박스에 싸인 LCD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이 사장은 “지금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공급하지 못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총 10여개사, 20여개 브랜드를 갖춰놓고 있는데 “지금까지 고객들이 ‘미라클 이상의 것’은 찾지도 않았지만, 설사 찾는다 하더라도 요구를 맞춰주지 못할 리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감히 내놓고 자랑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미라클에는 삼성전자·현대멀티캡·필립스·이레전자·오리온전기 등 유명사 제품에서부터 귀에익숙하지 않은 회사 제품까지도 모두 갖춰져 있다. 대기업 제품이 80∼90%이고 중소업체 제품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사장은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의 예를 든다. LCD 유통이 쉽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지금의 미라클처럼 제품을 구비하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 중소 지방 점포들로서는 형언할 수 없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재고부담이다. 1대당 5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고가 LCD TV를 수 백대씩 보유하는 게 지방 중소 점포로서는 용이하지 않다. 도매점의 경우는 더 더욱 그렇다.
이 사장은 “LCD 도매는 결국 자본, 구매처, 판매력의 싸움”이라고 강조한다. 자본이 없으면 제품을 갖춰 놓을 수 없고, 설사 구비했다 하더라도 팔데가 없으면 망할 수밖에 없으며, 팔 능력이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한강 이남, 특히 영남지역에 미라클 수준의 점포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자부심이다.
이 사장은 특히 “전문 식당이 일반 식당에 비해 잘 될 것”이라는 속설을 강하게 부인한다. 요즘처럼 가격이 일반에 공개된 상황에서 토털 점포보다 전문 대리점이 유리할 것 같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소비자들이 속성상 단지 하나의 제품만을 구매하러 상가에 오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사장은 나아가 대리점과 토털 숍 사이에 가격차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결국 서비스가 고객들의 신뢰를 좌우한다고 단언한다.
이 사장은 오늘날 미라클이 있기까지 고객들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덧붙인다. 제품의 사후관리를 확실히 해 온 점도 고객들에게 어필했다.
“판매는 물론 AS까지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서비스 정신이 제품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기반”이라는 이 사장의 말이 미라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부산=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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