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고강도 규제에 일부 관료 허가 뒷돈 요구
중국 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업체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외산 온라인게임에 대해 고강도 규제를 내세우고 있는데다가 이같은 상황을 악용하는 중국 관료까지 등장해 중국 비즈니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하거나 추진중인 국내기업들 사이에서 현지 정부로부터 온라인게임 허가권을 얻기 위해 이른바 중국인 특유의 ‘관시(관계)’를 동원한 각종 로비가 판을 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중국 정부 담당 관리들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씩의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온라인게임업체 담당자는 “중국에서 온라인게임 판호(허가번호)를 받으려면 2000만원∼3000만원씩 로비자금이 필요하다”면서 “한국기업들의 이같은 사정을 간파한 중국 관리들이 이를 공공연히 요구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판호를 받기 위해 중국 관리들을 접촉했다는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불투명한 행정관행이 결국 국내외 기업의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중국에 진출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명확한 원칙과 근거가 없어 애를 태웠다”며 “소문에만 의존해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속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가권을 받는데 예상외로 많은 시간과 자금 등을 낭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기업끼리의 출혈경쟁과 중국 정부의 규제 및 허술한 관리시스템이 결국 중국기업들만 살찌우게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관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드 사장은 “현지 기업인 샨다네트워크와 나인닷컴의 경우 순전히 한국산 게임을 제공하는 사업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면서 “한국은 중국업체 킹메이커만 하다 끝나는 것이 아닌지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중국에 진출한 170여개의 외산 온라인게임 중 정부 승인이 이뤄진 것은 20여개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산 가운데서는 ‘아웃포스트’(한얼소프트), ‘천상의 문’(지스텍) 정도만이 허가를 받았을 뿐이다.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스텍측은 “현지 파트너사인 SNT가 대기업 계열이어서 상대적으로 허가 받기가 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현우 한얼소프트 사장은 “중국 비즈니스에 관한 불확실한 정보가 많다”면서 “정부나 관련기관에서 양질의 중국정보를 확보하여 공급해준다면 우리 기업들의 당혹감이나 피해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