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프리미엄` 빼앗길 위기 상황
일본이 한국의 IT인프라 수준을 뛰어 넘고 있다. 한국이 눈 앞의 수익에만 급급, 차세대 투자를 등한시하는 동안 일본은 최근 광가입자망(FTTH) 기반 차세대네트워크(NGN)망 구축과 100Mbps급 초고속 디지털가입자회선(VDSL) 도입에 나서고 있다. 또 WCDMA 전국망을 마무리하고 관련 장비 및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치 지난 90년대의 상황이 역전된 모습이다. 한국은 일본이 주춤한 사이 차세대 인프라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를 바탕으로 휴대폰, 장비, 서비스 등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IT산업 경쟁력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어느새 정반대의 상황이 되면서 3∼5년후 한국 IT산업 경쟁력의 심각한 저하를 우려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IT강국의 위상은 고사하고 기술 종속 현상까지 걱정해야 할 수준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초고속서비스는 이미 추월=일본은 유선의 경우 100Mbps 시대로 진입한 반면 한국은 아직 50Mbps에 머물고 있다. 소프트뱅크BB를 비롯해 NTT·KDDI·유센 등이 100Mbps급 장비 도입에 속속 나서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BB는 우리나라의 우전시스텍과 100Mbps급 VDSL 장비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은 이를 계기로 주요 사업자들의 100M 속도 경쟁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10∼50Mbps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업그레이드 계획은 아직 요원하다. 일부 사업자가 연내 75Mbps 도입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수익성을 이유로 철회한 상태다.
◇3세대 이통은 전국망 對 지역망=WCDMA 전국망 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NTT도코모는 지난 3월말 현재 전국 서비스 커버리지율을 99%로 확대했다. 세계 처음이다. 가입자 수도 300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한국은 수도권 지역 서비스에 나서고 있지만 생색내기 수준이다. 가입자 역시 50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수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에 도전하는 그간의 휴대폰 및 장비산업 성장전략은 설 곳이 없다. 벌써부터 3세대 휴대폰 시장에선 마이너였던 일본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NGN 구축도 뒤졌다=일본은 이미 세계 최고의 IT인프라 환경 조성을 위해 FTTH를 기반으로 하는 NGN망 구축 계획을 세우고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한국보다 앞서 차세대망에 전력투구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서야 전체적인 밑그림을 완성했다. 하지만 현재의 사업 환경상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정부 계획이 언제쯤 실현될지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의 투자가 3∼5년후 IT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데 어렵게 차지한 IT강국의 프리미엄을 일본에 고스란히 내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전시스텍의 이명곤 사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인프라 환경 조성에 성공, 각종 첨단 장비와 서비스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 대응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