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도 비정규 유통 나섰다

SK텔레콤이 ‘지인(知人) 판매’로 일컬어지는 비정규 유통시장에 진출한다. 이는 SK텔레콤이 번호이동성 시차제 시행 이후 늘어난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나 10년간 유지한 정규 유통망(대리점) 중심의 영업전략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돼 향후 이동전화 유통시장에 격변을 예고했다.

SK텔레콤(대표 김신배)는 최근 전임직원들을 대상으로 ‘5월 가정의달 010 신규가입 행사’를 공고하고, 이달 3일부터 21일까지 20일간, 다음달 7일부터 25일까지 19일간 한시적으로 인적판매에 돌입했다. 특히 서울 서린동 본사와 서울파이낸스빌딩 상주 직원들, 서울·수도권·부산·대구·서부·중부지역의 마케팅·네트워크본부 소속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지인판매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일부 대리점 등에서 ‘자발적’으로 한시적인 법인 특별판매 등 비정규 유통을 벌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전 임직원들이 동참하는 지인판매는 사실상 처음이다.

SK텔레콤은 전문 행사업체를 선정해 임직원들이 지인들의 010 신규가입을 독려하고, 신규 가입시 대한통운을 통해 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도록 했다. 가입을 권유받은 지인들은 미성년자 가입동의서나 신분증 사본만 제출하면 즉시 가입이 가능하다. 이번 행사에선 4종의 전략단말기를 사실상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요구로 이뤄지는 것이며, 강제 할당이나 리베이트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동전화서비스 유통은 대리점과 이른바 ‘제2의 대리점’으로 불리우는 판매점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가입자 유치경쟁이 심화하면서 KT 재판매나 LG텔레콤의 그룹 지원영업 등이 공공연히 이뤄졌다.

SK텔레콤은 후발사업자들의 인적판매가 극심한 가입자 이탈을 부추긴다고 보고 사실상 처음 본사 차원의 지인판매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비정규 유통망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며 “후발사업자들이 버젓이 지인판매를 벌이는 상황에서 자칫 정규 유통망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SK텔레콤이 비정규 유통망에 진출하면 정규 유통시장 중심의 이동전화 영업방식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성공적일 경우 이동전화 시장 영업구도가 정규-비정규 양대 채널로 변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광범위한 지인판매로 후발사업자들은 물론, SK텔레콤의 대리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SK텔레콤 관계자는 “요즘 지역 대리점에선 하루평균 10대도 안팔린다는 호소가 잇따른다”라면서 “후발사업자들의 과당경쟁이 정규 유통망 시장을 고사시켰다”고 말했다.

통신위원회는 위법행위가 있으면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나, 물의를 빚지 않는 한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통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강제할당이나 과다한 리베이트는 문제삼지만 인적판매 자체가 불법이 아니다”면서 “인적판매로 인한 위법행위까지 감시하기에 조사인력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