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기를 살리자](19)국가균형발전과 지방산업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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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시대를 준비한다

 “지방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단 주변에서 고급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정부의 각종 정책사업에도 소외되기 십상이지요(부산지역 IT솔루션업체 사장)”

 부산은 산업과 경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자립화가 정착돼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지방에 위치하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게 지역 기업인들의 정서다.

 하지만 세계는 지금 정보화·세계화와 더불어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시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는 개별국가 중심의 국제사회에서 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경제공동체 중심으로의 변화와 함께 국가 내부에서도 국가주도에서 지역주도로 변모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일컫는다.

 특히 정보화의 진전으로 인해 집권·단절형 사회가 분권·네트워크형 사회로 변화되고 있는 것도 글로컬라이제이션을 가속화하는 요소다. 물론 고속철도(KTX) 개통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전국이 2시간대 생활권으로 편입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연계가 한층 강화되고 있지만 이 역시 통합보다는 정보교류 활성화를 통한 분권화의 확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참여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산업활성화 정책은 우리 지역 사회의 모습을 바꿔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미흡함은 지울 수 없다. 현재의 국토면적 대비 기업밀집도를 보면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100대 기업 본사의 90% 이상, 500대 기업 본사의 80%가 집중돼 있다. 지방분권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경제구조를 분산시켜 전국에서 고른 경제활동을 이끌어내자는 의미인 만큼 적지않은 초기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 자립형 분권화는 이처럼 단기적인 부담이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많은 긍정적인 발전과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산업활성화의 성공을 위해 한국형 지역혁신체계(RIS)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급속한 기술변화와 경쟁의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제주체 간의 긴밀한 상호연계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역혁신체계는 지자체, 대학, 기업, 주민, NGO, 언론 등의 혁신주체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이는 곧 지역전략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혁신클러스터를 육성과 지역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 클러스터들은 첨단기술 개발 및 사업화, 이공계 우수 인력 양성 및 유치, 그리고 국제 기술협력 허브 기능을 수행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산업단지의 혁신클러스터화’ ‘지역별 주요 전략산업의 육성’ 등 지역간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정부의 각종 정책은 지역사회 기업인들의 ‘왠지 소외된 느낌’을 걷어내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중소기업인의 공간 이노베이션 카페

 ‘올바른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산업활성화 정책은 지역 기업인들의 여론 파악에서 시작된다.’

지역산업 혁신주체들의 사랑방인 ‘이노베이션 카페’와 지역 산업 정보교류장인 ‘네트워크 허브’가 지역 중소기업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노베이션 카페는 지역 전문가들의 대면접촉을 유도해 다양한 지역산업발전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미 전국에 10여 개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이노베이션 카페는 지역에서 지식과 정보가 형성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발전 전략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카페는 지역별로 특색있는 활동을 전개해 지역특성화사업을 개발하고 지역별 대표테마를 도출한다. 또 ‘네트워크 허브’는 지역 내 기관의 사업을 기업에 연계·중계 역할을 한다.

산업자원부가 이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은 곳은 과거 충무로. 충무로가 배우·감독·무대장치 등 각 영화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다방(사랑방)을 통해 영화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노베이션 카페도 지역별 대표테마 산업 발굴과 육성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지역 수요자(기업)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을 마련하고 수요자가 편하게 지원정책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안성맞춤 공간인 셈이다.

2월 개소한 이래 지금까지 총 기업, 대학, 경제단체장 등 총 3400여 명이 이노카페를 방문, 상담 및 교류를 가졌으며, 기업활동규제 완화 토론회, 한일 기술협력 상담회, 이업종 기술 교류회 등 세미나, 포럼 개최 389회, 지역경제 비전을 이끌어 가는 오피니언 리더도 150여명 발굴했다.

산자부는 앞으로 이노베이션 카페는 100개, 네트워크 허브는 전국 16개 시·도로 확대하는 한편 향후 사이버상에서 통합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각 지역 정보들이 중앙집중형으로 관리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할 방침이다.

중진공 지도지원팀 김범규 팀장은 “지금처럼 지식기반경제시대에는 지식·정보 교환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기업실정에 맞는 정보를 맞춤식으로 제공하는 이노카페가 중소기업의 고민을 덜어 주고 있다”며 “ 이노베이션 카페는 기업인의 애로사항 해결은 물론 지역특화산업 육성, 지역클러스터 형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김휘석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 소장 kimhs@kiet.re.kr

국가균형발전은 참여정부가 처음으로 추구한 정책은 아니다. 역대정부에서도 수차례 지역균형정책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지역간 균형이 또다시 정책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수도권과 지방간, 또 지방간에도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격차가 오히려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며, 대체로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신경제 지리학에서 말하는 집적경제의 자기강화적인 발전메커니즘이다. 즉 경제활동의 누적적인 집적의 효과로 인해 발전하는 지역은 더욱 발전하고, 낙후된 지역은 더욱 낙후되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둘째, 지역의 수용능력 배양 없이 자금을 단순 투입하는 과거의 투입주도형(input-driven) 정책추진방식이 오늘날의 지식기반사회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혁신주도형(innovation-driven) 성장전략을 균형정책의 근간으로 채택하고, 지역혁신을 통한 지역 전략산업의 육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역산업 육성은 사실상 정부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였으나,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 이유는 시기가 일천하여 그 성과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산업자원부 주도로 1999년부터 대구·부산·광주·경남 등 4개 지역에 대한 지역산업진흥사업을 추진하였고, 2002년부터는 나머지 9개 지역에 대한 지역산업진흥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역산업진흥사업은 추진과정에서 정치적인 고려가 우선시되는 등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또한, 2002년에 수립된 산업집적활성화 기본계획도 클러스터링을 통해 지역산업발전을 추구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현재 수립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은 이러한 기존의 지역산업발전 정책들을 토대로 한다.

국가균형정책은 지역의 자생적 발전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향후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수립한 지역발전계획을 중앙정부의 지원 하에 지자체 스스로 집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지역의 경제발전은 지자체가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부처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방사업에 대한 평가와 지원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역발전을 위한 계획 △평가와 투자협약제도 운영 △지역산업의 육성 지원 △지역 기술혁신체제의 구축 지원 △산학연 협력 및 연계 활성화 △지역 기업지원기관 간의 네트워킹 활성화 등 다양한 세부 추진시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균형발전정책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 결코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균형발전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자체를 포함하여 국민 모두가 인내하고 정책과제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