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HDD.그래픽카드 등 보급형 선호
경기부진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PC주변기기에 ‘다운그레이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는 물론, 기업에서도 소비심리 위축으로 고급사양보다 저가의 보급형 기종을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같은 ‘다운그레이드’ 경향은 지난해부터 PC주변기기 전 분야에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올해도 지속되고 있어 국내 PC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경우 저가에서는 80GB, 보급형과 고급형에서는 각각 120GB와 160GB가 주도할 것으로 당초 예상됐으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7200RPM 동작의 80GB가 주력으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용산에서는 단종됐던 60GB와 40GB 제품까지 다시 나와 인기를 얻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컴퓨터 전문 쇼핑몰인 컴오즈(http://www.comoz.com)에서는 웨스턴디지털 캐비어 시리즈인 60GB HDD가 판매율 1위를 기록했는가 하면,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http://www.danawa.co.kr)에서도 삼성전자의 40GB가 HDD부문 판매율 3위에 올라 있다.
이외 그래픽카드도 5만원대 보급형 제품인 MX440이 여전히 인기다. 엔비디아만 하더라도 지포스FX 5950, 5700, 5600과 같은 상위기종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이 15만원을 호가하고 있어 게임 마니아를 제외한 일반인이나 기업체에서는 MX440이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상태다.
메인보드에서도 7만∼8만원대 저가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고급기능을 제거한 ‘다이어트형’ 모델을 비롯, 인텔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아 칩세트를 장착한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외 CPU에서도 2.8C 이상 고급기종보다는 셀러론 2.4와 2.0이 각광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한동안 메모리가격이 급등하면서는 한정된 비용으로 PC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과 PC 판매를 늘리려는 제조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이같은 추세에 불을 당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 SAY25 강명종 실장은 “이같은 ‘다운그레이드’ 현상은 국내 PC주변기기 시장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방증”이라며 “특히 컴퓨터 시장의 비수기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PC주변기기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마케팅 차원에서는 상위 고급기종을 홍보하지만, 캐시카우가 되는 것은 여전히 하위 보급형 제품”이라며 “가격경쟁이 치열한 저가제품이 판매될수록 기업 수익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어 고심”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