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이제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국가경제 성장동력으로 대접받고 있는 산업이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인식은 산업에 앞서 부정적인 면이 우선한다. 산업은 앞서가는데 의식은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지체현상’이 게임산업에 나타나고 있다.
이제 게임에 대한 인식전환과 업계 스스로 건전화를 위한 노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됐다. 자율적으로 시장을 정화하고 건전한 게임문화가 확산돼야 산업이 커질 수 있는 변곡점에 서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문화관광부와 공동기획을 통해 게임의 건전성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게임도 교육이다’ 캠페인을 전개한다.
이번 기획은 게임산업이 국가 중추산업으로, 또 21세기 지식산업의 꽃으로 피워내기 위한 장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기획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 게임업계, 학계, 교육계 등 사회 각계의 중지를 모아 모두 참여하는 공론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는 단초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총 20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 기획은 ‘인식을 바꾸자’, ‘게임도 영재시대’ , ‘올바른 게임즐기기’, ‘모두 나서자’는 주제로 매주 월요일 한주와 함께 시작된다.<편집자 주>
“음지에서 양지로.”
옛 정보기관의 구호처럼 여겨지는 이 명제가 게임산업의 미래를 위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중독, 폭력, 외설, 가학 등 인간의 정신세계를 피폐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모두 망라한 것처럼 ‘폐단의 온상지’로 받아들여졌던 게임이 5월 ‘신록의 대지’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출범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건전 게임 문화 육성’을 협회 사업 목표의 근간으로 설정했다.
국가 신성장동력으로까지 떠오른 게임산업을 더 이상 불건전의 테두리에 묶어두어서는 산업화도 경쟁력도 모두 상실할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반영한 것이다.
게임이 건전화의 터전으로 성큼 나오기 위해선 사회 각층에 자리 잡고 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일소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시장 규모와 개발력,산업적 위치는 고속 질주를 이미 시작했는데도 그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야말로 ‘어둡고 침침한’ 게임방 수준에 머물러있다.
게임을 국가산업의 한 축으로 만들고, 21세기형 지식산업의 꽃으로 피워내기 위해선 게임에 대한 인식 자체가 근본에서부터 뒤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누구나 즐기고, 그 즐기는 문화에 대해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 품격있는 시각이 갖춰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게임의 소비자만 있고, 이른바 소비자 평가단이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역할은 극히 부진했다. 산업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것도 소비자 집중 및 경도가 지나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게임이 진정한 산업적 동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만큼은 아니더라도 확실한 소비자 주권의 틀이 형성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주권은 게임이용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게임을 평가하고 잘못을 개선하는 공론의 공간이 만들어질때만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그래야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다.
이같은 사회적 인식과 평가 틀의 변화를 바탕으로 게임업계의 자발적 건전화 노력이 뒷받침돼야한다. 게임이 여전히 ‘돈’과 직결된 상업적 도구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 것은 말초적 자극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여온 게임업계의 ‘얄팍한 상술’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개발 과정에서 게임의 주제 및 내용을 건전화하겠다는 명확한 주인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건전 게임=상업적 실패’라는 지금까지의 등식은 깨어져야한다. 특히 소비자 주권이 강해지고, 사회적 인식의 고급화가 진전될 수록 건전한 게임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견고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불과 10년 동안 폭발적 성장을 경험한 데 따른 역기능 차원에서의 불건전성은 오래지 않아 자연스러운 정화 과정을 거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위정현 교수(중앙대)는 “게임은 역사가 길지 않은 신생산업이기 때문에 다소의 역기능과 사회적 논란은 불가피한 시행착오 과정이라고 판단된다”며 “건전한 게임 풍토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더욱 확고하게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임관련 학계의 한·중·일 3국의 청소년 게임문화 실태 분석에 따르면 게임산업의 역사가 가장 깊은 일본의 경우 10대들의 게임문화도 가장 성숙돼 있다. 한국보다 뒤늦게 산업적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중국의 청소년 게임문화가 가장 낙후돼 있다. 이같은 결과는 게임 건전화가 산업적 성숙도 및 산업화 역사 등과 비례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산업력이 곧 문화와 직결된다.
위 교수는 “게암업계의 주체적 노력없이는 건전화에 걸리는 시간도 더디고, 사회적 성숙도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며 “게임업체들이 사회적 책임에 나서고, 게임을 통해 얻어진 수익을 역기능 치유의 재원으로 적극 재투자하는 등의 노력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게임이 지나치게 18세를 경계로 이용자를 구분짓고 있는 것도 오히려 게임의 불건전성 문제를 확대시키는 장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性) 문제’처럼 양성화시키는 것이 음지의 문화로 가두어놓는 것보다 사회적 역기능을 반감시킬 수 있듯,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나이, 신분, 지위 등을 게임 이용에 지나치게 연결시키지 않는 유연한 사회적 틀이 게임의 불건전성을 치유하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한국청소년개발원·YMCA 등 정부기관 및 시민단체들도 게임 건전화에 필요한 각자의 사회적 역할에 팔을 걷어붙였다. 게임의 역기능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청소년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하고, 나아가 게임을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문화로 바꾸기 위한 행보가 본격화된 것이다.
게임이 산업적 덩치 만큼의 사회적 역할을 맡기 위해선 ‘건전화’라는 고비를 넘어서야한다. 건전 게임문화가 사회적 공론으로 모아지고, 게임업계·이용자·정부·관련기관 등의 생산적인 토론과 노력이 뒷받침돼야만 게임의 미래도 있다. 일방의 노력과 과학적이지 못한 규제, 결과물 없는 논쟁으로는 게임 건전화도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건전 게임문화라는 ‘과실’의 맛을 볼 수 있다.<특별기획팀>
<특별기획팀 팀장 이경우 기자 kwlee@etnews.co.kr·이진호기자 jholee·류현정 기자 dreamshot>
[기고]건전한 게임문화조성의 길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원장
국내에서 게임산업이 본격적인 산업으로 평가받은 지는 10여 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기간동안 매년 급성장을 지속해 세계적인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국내개발자들이 만들어 낸 이후로, 우수한 서버기술 보유, 3D게임 개발 등으로 이어져 국산온라인게임은 항상 선발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해 오고 있다. 그 결과 게임산업은 국가경제의 중심을 이루는 핵심산업이 되었으며, 미래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전략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산업과 함께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게임문화이다. 게임산업과 함께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게임이 산업으로 평가받기 전부터 게임문화는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게임에 대한 인식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게임산업의 중요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매도하고 있다.
이러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장기적인 게임산업의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자리잡고 있으며, 게임산업종사자들이 꼭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게임업계가 매출액과 수익에 초점을 맞춰 기업을 이끌어 왔다면, 이제부터는 매출액과 수익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및 사회환원 프로그램 마련 등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아울러, 게임의 건전한 문화조성을 유도하기 위한 업계 자율의 대화통로 및 창구의 일원화가 절실하다. 때마침 최근에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설립된 것은 게임업계의 의견통로를 하나로 모아 게임산업이 가야할 이정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하나, 건전한 게임문화조성의 글로벌화이다. 중국, 대만, 일본의 경우 국산온라인게임의 현지시장점유율이 매우 높아 일부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국산게임이 진출해 있는 모든 지역에서 국내와 같은 건전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게임산업은 경제적 수확의 단맛만을 보며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과정은 시민단체 등의 사회적 저항에 부딪쳤으며, 이들은 게임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해결 못한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 문제를 무작정 방치할 경우에는 우리게임산업의 미래가 없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 업계, 협·단체 등이 하나가 되어 건전 게임문화 조성에 노력해 세계최고의 게임문화강국으로 우뚝 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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