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책이다](5)제조업 공동화

제조업 공동화를 극복할 묘수찾기는 정부가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 중 하나다.

26일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39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가 1∼2년 이내에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했고 80%는 5년 이내에 옮기겠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해 말 산업자원부가 한국산업단지공단을 통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조사대상 기업 중 41.8%가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공장을 5년 내에 폐쇄하거나 축소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통신 업종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낮긴 하지만 46.8%가 국내 공장을 축소하거나 폐쇄하겠다고 답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과거와 달리 개방경제 하에 놓이면서 산업공동화가 매우 급속한 속도로, 매우 강한 파괴력을 갖고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업공동화는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고 세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이면서 기회’”라며 “이는 제조업이 고생산성 산업 중심으로 개편되고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제조업 공동화의 대응 없이는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은커녕 국가 산업 존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소비와 투자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은 상황에서 제조업 공동화나 산업간 양극화 현상은 내수경기의 침체를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우선 서비스업 및 중소기업의 투자를 진작시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화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기업이 생존차원에서 최적 생산지를 찾아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전하는 게 불가피해졌고 최적지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해외에서 국부를 창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해외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국내공장의 폐쇄 내지 축소가 늘어나는 반면 국내 고용이 감소하고 현지로부터의 역수입이 증가하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정책에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방안이 필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정책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꿔야 하고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도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제조업공동화의 대안으로 외국인 투자유치, 특히 연구개발(R&D) 중심의 연구센터화가 대안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예컨대 연구개발, 디자인 등 첨단 고부가 분야의 집중화에 주력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자본 유치와 연구개발 시설 도입 등도 대안이 된다. 또 지난번 삼성 반도체 공장 증설사태에서 보듯 정부의 규제로 첨단생산시설 확보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광형 KAIST 국제협력처장은 “국가 전략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명공학·나노기술·신기술융합사업을 비롯한 기존 주력 산업의 부가가치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고용효과가 큰 의료·교육·비즈니스서비스의 개방과 규제완화가 필수적이고 물류·e비즈니스·콘텐츠 등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에 대한 기술개발과 세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발전기반지원, 부품·소재산업육성 등을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고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소·벤처 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적극적인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의 해외이전 부문을 메워나가는 방법도 있다.

제조업 공동화는 이미 범 부처 차원의 종합대응이 시급한 국가 과제로 떠올랐다. 법률적 장치 등 관련제도를 보완하면서 각 부처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