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통신강국 만드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

정보통신망은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이끈 견인차다. 초고속인터넷은 이미 지식산업의 인프라로 기업이 새로운 수익성을 찾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개인이 삶의 질을 높이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파식별(RFID) 등으로 구성되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앞으로 나타날 후보다. 이들의 역할을 의심한다면 100년 전부터 보급된 전화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겉보기 화려하고 당연해 보이는 이들 서비스의 뒤편을 보면 전국 지하를 훑는 전화선·광케이블과 우주궤도를 따라 도는 인공위성이 보인다. 이를 치밀히 관리하는 사람들의 땀방울도 있다. 전자신문은 신성장동력을 가동시키기 위한 새로운 인프라 구축이 화두로 던져지고 있는 지금, 전화와 인터넷의 뒤편을 살펴봤다.

지하 동도로 연결되는 철문을 열자 서늘한 바람과 함께 시큼한 시멘트 냄새와 작은 소음이 밀려왔다. KT 건물을 통해 들어간 동도는 시내전화선과 인터넷케이블이 모여있는 곳. 케이블을 따라 뚫린 회색 시멘트 통로는 이내 가파르게 지하로 내려간 뒤 방향을 틀어 지하공간을 형성한다. 작은 버스가 충분히 오갈 정도의 공간이다. 케이블들은 이렇게 전국 320여개 전화국 지하에 모였다 다시 흩어지면서 유선전화와 이동전화(기지국과 기지국은 유선으로 연결), 그리고 인터넷을 연결한다.

 전화기를 들으면 듣게 되는 신호음은 이 케이블들이 제대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지하동도를 비롯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무궁화위성관제센터 등 전화와 인터넷, 방송의 뒤편에서 국가 통신,방송망을 뒷받침하는 현장을 다녀왔다.

 ◇통신·방송의 동맥, 동도=시커먼 전화선 케이블들이 어린애 팔뚝만하다. 케이블은 네다섯 묶음씩 8층 철제 골조 위에 줄줄이 정렬됐다. 천정을 따라 엄지손가락 굵기만한 광케이블들이 또 한묶음씩 이어졌다. 전화선은 케이블당 최대 7200 가닥이 묶였고 기지국이나 전화국 간을 연결하는 광케이블은 144 가닥이 한 케이블이다.

 “수십 년에 걸쳐 하나하나 연결해 놓은 동선과 광섬유들입니다. 보통 8년에 한 번씩 교체하죠.(윤평석 KT 고객시설과장)”

 또 다른 철문을 열자 동선 케이블에 24시간 공기를 불어넣는 에어펌프가 소음을 내며 돌아갔다. 공기는 케이블이 물에 잠겨 1㎜의 구멍이 뚫려도 4kg 무게는 버틸 정도의 압력으로 케이블을 보호한다. 기압은 케이블에 손상이 갈 경우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위치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동도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지상 광화문 네거리에서도 공기 새는 소리가 들린답니다.” 윤 과장은 하루 한 번씩 지하 동도를 찾는다. “지하의 물을 퍼올리는 펌프, 케이블에 공기를 불어넣는 에어펌프를 매일 점검합니다. 외부의 침입이요? 모든 구멍은 철문이나 PVC 등으로 막혔고, 열감지 장치가 있어 사람이나 쥐 등이 몰래 침입하는 게 불가능하죠.”

 ◇2초마다 무궁화위성과 교신, 위성관제센터= 경기도 용인시 운학동에 있는 무궁화위성 주 관제소는 하루 24시간 수만 차례 우주 3만6000km 상공의 위성과 교신한다. 무궁화 1,2호는 900개, 3호는 3800개 체크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성과의 거리를 측정한다. 신호를 보내고 받는 거대한 접시안테나가 2∼3초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며 위성의 움직임을 0.005˚로 쫒는다. “위성이 궤도를 유지하는지를 체크해 경사각 0.05˚이내를 유지하도록 합니다. 위성의 중심빔이 정확히 전북 무주(동경 127.5˚, 북위 36˚)를 향하도록 매주 또는 격주로 제 자리를 맞춰줍니다.(관제센터 시설과 이호붕씨)” 이렇게 궤도를 유지한 무궁화 2,3호를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이나 통신용으로 활용한다.

 ◇서버의 호텔, IDC=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포털사 등의 서버를 인터넷 백본스위치에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분당의 KT IDC를 찾았다. 157Gbps급 코넷망 2개 라인의 안정적 연결 외에도 서버운영에 적합한 습도와 온도 조절, 한 순간의 중단도 용납치 않는 전력 공급시설을 갖췄다.

 ‘엠파스’ 등의 서버가 시원하고 건조한 공간에 놓인 IDC 윗층과 달리 지하에는 대형 공조기와 항습기 등이 웅웅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전력이 끊길 상황에 대비해 무정전전원장치(UPS), 발전기 등을 완비했다. 엄청난 전력소비량이라고 한다. 만약에 상태에 대비해 농구장 크기만한 공간에 가득 채워놓은 배터리들의 지탱시간은 고작 두 시간. “전국에서 63빌딩 다음으로 전력을 많이 쓰는 단일 건물이라고 합니다. 사람보다는 서버에 맞게 맞춰진 공간이 바로 IDC죠. 인터넷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이대하 IDC인프라사업부장)”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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