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목소리로 ‘땡큐’라는 소리 3가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각각 구별되는 캐릭터 음성으로 밝은 느낌과 고마움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게임업체 네오플의 음향실에는 각양각색의 사운드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가득했다. ‘땡큐’라는 소리는 남자 셋의 목소리를 빌리면 금새 만들 수 있겠는데 ‘밝은 느낌과 고마움을 나타내는 소리’는 어떤 소리를 말하는 것일까. “저도 설명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소리만 들어도 어떤 장면이나 느낌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땡큐’도 그렇게 되도록 작업해 봐야죠”
오디오팀장 김지민(26·사진) 씨의 일은 항상 이렇다. 말이나 글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누구나 들어도 공감할 수 있는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테면 주인공 캐릭터가 바위나 벽 등에 부딪히면 실제 바위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런 상황이 떠오르는 소리여야 한다. “‘A’라고 만든 소리를 남들이 ‘B’라고 연상한다면 완전 실패죠. 그래서 ‘객관적인 귀’가 필요합니다”
모든 음악 작업이 창조적이어야겠지만 김지민 씨가 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있는 실제 소리가 아닌 게임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상황에 맞는 소리를 상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객관적인 귀’요? 많은 소리를 듣는 수밖에 없습니다. 원음을 이리저리 변형도 해보면서 나름대로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거죠”
인터뷰 도중 김 씨의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졌다. 그의 말대로 소리에 관한 대화는 역시 직접 들으면서 해야 이해가 빨랐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게임 사운드 작곡가=게임 중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지속적으로 들리는 배경음부터 단발성 효과음까지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각양각색이다. 게임속 상황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상황을 놓치지 않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끈기도 필수. 최근의 게임 사운드는 영화처럼 5.1채널로 제작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국내는 여건상 스테레오가 대부분이다. 일부 RPG 게임에서 5.1채널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인식 부족으로 투자도 미미한 실정이다. 그래서 대다수 게임업체들은 자체 스튜디오보다 외주 제작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에서 음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직업적인 전망은 밝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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