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책이다](3)차세대 성장동력

정치권의 경제살리기 무한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 탄핵정국, 17대 총선 등이 유발한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의지를 꺾고 내수경기를 나락으로 끌어내렸기에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운 것.

 그나마 총선 후 여·야, 정부가 경제살리기 한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의 기대가 높다. 국민은 모처럼 잘되어가는 경제살리기 흐름에 공연히 헤살을 놓는 정치적 갈등이 돌발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살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수출이 잘되면 ‘고용창출→투자회복→소비증가’로 연결되는 경제성장의 순환고리가 형성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 수출이 증가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데다 내수침체의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수출 경기도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분야만 호황일 뿐 다른 업종들은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가들에게 치받히고 선진국에 눌리는 형국이다.

 정계는 물론 산·학·연조차 정부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 20일 발표된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 특별위원회(위원장 재정경제부·과학기술부 장관)’는 총선 후 가장 눈길을 끄는 경제살리기 정책이다.

 민간 전문가들은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 특별위원회를 단순한 산업 인큐베이터가 아닌 종합적인 조정기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도 IT 혁명이 가져온 산업구조의 변화에 걸맞은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안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수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이 기존 제조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경제동력을 창출하는 결실을 내기 위해서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그 과정을 종합 조정할 ‘창구’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통해 10년 후 국민소득 2만달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향후 4∼5년 내에 관련 제품이 시장에 나와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기업들의 강력한 기술개발 드라이브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방웅 충북대학교 총장은 “8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과학기술인들을 정부 부처와 기업의 고급 간부로 대거 발탁해 중용 정책결정에 참여시킴으로서 경제를 활성화한 사례가 있다”며 “우리 정부의 과학정책 결정과정에 과학기술인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은 차세대 성장동력 포럼(가칭)을 통해 정부 정책에 수용될 전망이다. 이 포럼이 이상적인 민·관 협력시스템으로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정부로부터 출발하는 일방통행식’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명 과기부 장관은 “관계부처 및 산·학·연간의 협력이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의 전제조건”이라며 “이러한 바탕하에서 정부가 세제·금융·인력 지원을 강화하기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장관은 특히 “과기·산자·정통부 등 관계부처들을 국가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하나의 팀’으로 인식한다”며 “우리의 산업여건과 기술역량을 고려할 때 국민소득 2만달러를 견인할 주요 제품, 이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기술개발과제에 대한 민·관의 세밀한 분석과 계획수립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 특별위원회는 △산업성숙도 △기술수명주기 △범부처 G7사업 등을 토대로 전략적 예산투입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시장과 산업계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는 작업이 제도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유명 기업들이 경제개방의 물결을 타고 국내 시장과 산업계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 산·학·연의 바람은 더 이상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정치 소모전으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